기고

건설산업에 새로운 미래를 심자

2019-06-18 05:00:11 게재
서명교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

경제가 성장모멘텀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면서 오랜 기간 저성장으로 정체되고 있다. 2012년부터 경제성장률이 3% 안팎에 머물러 왔다. 이마저 작년부터는 2% 중반으로 가라앉고 있는 모습이다. 각 산업분야에서 새로운 경제발전 동인을 불어 넣어야 할 때이다.

건설은 우리나라 경제에 여전히 매우 비중 높은 산업이다. 2018년도 건설투자는 GDP의 16%를 차지했다. 건설업의 올해 1분기 고용비중으로 볼 때도 7.4%를 차지하고 있다. 6월 초 현대경제연구원이 경기 동향을 발표하면서 침체된 경기를 회복국면으로의 전환이 가능한 몇가지 신호를 예로 들면서 4월 중 건설수주 증가세를 꼽을 정도다. 설비투자가 부진하고, 수출감소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공공 및 민간의 건설수주가 증가한 것이 그나마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건설업 너무 낡은 구조에 갇혀 있어

그런데 지금의 건설산업은 번쩍하는 혁신이 일어나기에 너무 낡은 구조에 갇혀 있다. 경직된 업역 칸막이나 등록조건은 변화하는 환경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첨단기술 융합도 탄력적 조직운영도 쉽지 않으니 생산성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입찰형태나 수직적 원하도급 체계 또한 불공정한 관행을 유발하면서 산업에 대한 이미지를 흐리고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앞선 경쟁력을 갖춘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이나 일본은 면허를 위한 자본금, 인력 기준이 낮다. 업종 구분은 있으나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고 수평적이다. 영국은 아예 별도 건설업 면허 제도를 두지 않아 배타적 업역 칸막이가 없다. 다만, 이들 나라에서는 입찰과정에서 비교적 까다로운 스크린잉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는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건설산업에서 혁신이 활발히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가. 먼저, 급격히 발전하는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첨단기술을 작든 크든 탄력적으로 쉽게 도입하고 융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아울러, 학교를 졸업한 젊은 층이 성장루트를 통해 1인 기업도 설립하고 나아가 건설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건설생산 시스템을 수평적 구조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 종합에서 전문으로 이어지는 경직된 수직적 원하도급 체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공사의 종합적 관리 역량에서 종합 업역을 존중하되, 특화된 전문 업역이 나름대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종합은 다만 공사를 종합 관리하는 전문적 업역의 하나로만 인정될 뿐이다. 예를 들어 카지마 건설은 종합에 해당하는 토목, 건축 일식면허와 함께 27개 업종의 전문면허를 별도로 취득하여 프로젝트 내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면서 일하고 있다.

둘째, 등록 조건을 좀 더 완화해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외국은 대체적으로 자본금 규정이 없거나 아주 낮다. 일본의 경우 자본금이 500만엔, 인력은 1~2인 정도이다. 우리는 포장공사업을 하려면 6억원(법인 3억 원) 자본금과 3명의 기술자, 사무실을 갖추고 유지해야 한다. 기술 역량이 있는 젊은 층이 혼자서 기업가로 성장해나가기 어려운 구조이다.

건설생산 시스템을 수평적 구조로 변화해야

셋째, 역량 검증은 실제 프로젝트에 따라 입찰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사전에 경직된 규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낭비를 없애야 할 것이다. 주요국을 보면 대체로 발주기관이 별도로 롱리스트를 가지고 이들 실적 등을 평가한 자료로 입찰을 진행해 나간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입찰문화에 적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좀 더 나아간다면 프로세스 측면에서는 설계를, 공종에서는 전기, 전기통신, 소방이 통합해 나가야 한다. 건설산업 혁신을 통해 침체되어가고 있는 경제를 되살아나게 하는데 일부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새로운 경제성장은 국민들에게도 또 다른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