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경기도의회 ‘위법 조례’ 추진 논란

세무사도 민간위탁사업 감사업무

2019-06-19 11:51:40 게재

공인회계사법 위반

“투명성 하락 우려”

서울시·경기도 의회가 법을 위반한 조례를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 의회는 행정기관 업무를 민간에 위탁해 예산을 지급하는 민간위탁사무와 관련한 회계감사업무를 공인회계사뿐만 아니라 세무사도 할 수 있도록 조례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감사업무를 사실상 세무사에게 허용하는 것이어서 감사품질을 보장받을 수 없고 감사업무를 공인회계사에 한해서 허용하고 있는 공인회계사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19일 정부와 회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17일 안건으로 상정하려다 보류했다.

개정조례안은 서울시의 업무를 위임받은 수탁기관이 의무적으로 ‘외부감사인에 의한 회계감사’를 받도록 한 조항을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바꾸고 공인회계사만 수행할 수 있는 해당 업무를 세무사도 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채인묵 서울시의원은 “현행 조례가 민간위탁사업의 사업비 집행 및 정산이 적정하게 처리됐는지 검토하고 확인하는 ‘사업비 정산의 검사’를 의미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회계감사’라는 용어를 사용해 불필요하게 업무수행 전문가의 범위를 축소시켜 수탁기관의 불편과 비용부담이 가중됐다”고 밝혔다. 현행 조례는 민간업자가 지자체의 예산을 받아 사업을 하는만큼 회계감사를 받도록 해 투명한 예산집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이러한 의무를 민간업자에 대한 과중한 부담으로 본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상위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고 한국공인회계사회도 ‘명백한 공인회계사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청년공인회계사회도 공식 의견서를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청년공인회계사회는 “조례를 개정하면 위탁사무에 대한 투명성이 크게 하락하게 될 것”이라며 “위탁사무에 대한 감사업무가 중요하지 않은 업무라면 차라리 일반인 중에서 감사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사람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회계사 외에 세무사에게만 권한을 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경기도의회는 이미 지난달 29일 서울시가 추진하는 개정조례안과 같은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당초 ‘회계감사’라는 표현을 ‘사업비 정산 검증’으로 변경한 뒤에 또다시 ‘사업비 정산보고서 성실성 확인’으로 바꿨다.

공인회계사법이 적용될 수 있는 ‘감사와 검증’ 등의 표현을 되도록 피하기 위해서다. 의회 논의 과정에 참석한 경기도청 관계자가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질의회신을 근거로 해당 조례가 상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도의회에 해당 조례의 재의를 요구했다”며 “위법한 조례를 바꾸지 않으면 이후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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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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