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암생존자 사회복귀 지원 절실

2019-06-26 05:00:16 게재
서정주 한국에자이 부장

우리나라의 암 유병자수는 약 174만명에 이른다. 매년 약 22만 명의 암환자가 새로 발생한다. 암 예방과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암 생존율은 70% 이상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암 생존자들은 사회적 편견이나 지원제도의 부족으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에서는 암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통합적인 지지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 각계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월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암 생존자의 사회복귀 장려를 위한 간담회’가 개최되었다. 당일 행사에서는 서울대병원 조비룡 교수가 ‘사회 복귀 중 겪는 어려움에 대한 암 생존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고용·복지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설문조사에 의하면, 암 생존자들은 신체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어려움도 겪는다. 특히 암의 재발이나 건강 악화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또한 일터 내의 편견은 암 생존자의 사회복귀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한편 주변 동료들로부터 받는 응원과 배려는 암 생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암 생존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배려하는 문화를 구축할 수 있는 암 인식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암 생존자들은 동정받기 싫거나 부담 혹은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업무적으로 무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이유로 어렵게 복귀한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직장 안 암 인식 개선 교육은 암 생존자의 성공적인 직장복귀를 촉진할 수 있다.

암 생존자들은 진단서 발급의 어려움과 휴직 연장 절차의 복잡함을 호소한다. 직장 복귀할 때 전문가의 적절한 상담이 필요하다. 건강상태에 대해 평가와 준비가 필요하고, 직장 복귀 준비 상태와 업무적으로 필요한 배려에 대해 조직관리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전달돼야 한다. 치료과정에 대한 기록과 ‘추후 정기검사 및 추적치료가 필요함’이라고만 적혀있는 소견서로는 공정한 휴직기간의 산정 등 적절한 행정 지원이 어렵다.

보통 인사담당자들은 암 치료 후 복귀하는 직원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암 치료 후 일상으로 복귀하는 전환기에는 검진이나 치료를 위해 정기적인 병원방문이 필요하다. 많은 암 생존자들은 직장복귀 시 유연근무제나 유연한 휴가 사용을 희망한다.

하지만 일터에서는 배려해 주고 싶어도 적절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 낭패다. 직무를 변경해 주거나, 부족한 유급휴가의 유연한 사용을 지원하고 싶지만 명확한 가이드가 없는 경우 공정성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암 생존자 고용과 복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 하다. 질환 별로 치료 후 복귀 시의 가이드라인 제공은 암 생존자의 직장복귀율을 높일 수 있다.

암 생존자의 마음은 암을 경험한 선배가 가장 잘 안다. 많은 암 생존자들은 암 치료 과정에경험한 생활대응 자세나 방법들을 다른 암환자에게 나누며 돕고 싶어 한다. 암 생존자들을 위한 제도의 기획과 추진은 대상자들의 욕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암 생존자가 중심이 될 때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공공성과 전문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함께해야 한다.

필자는 암 생존자 리빙랩, 온(溫)랩의 코디네이터이다. 온랩은 암 생존자를 중심으로 심리치료사, 암연구자, 변호사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온랩은 ‘비긴어게인’이라는 일상복귀를 준비하는 암 생존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함께 나눈다면 삶의 희망 커져

질병이 있어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치료기술이 발달해도 예방과 돌봄, 건강한 사회적 환경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고통 받을 수밖에 없다. 성과를 위한 경쟁이 심한 물질주의 사회에서는 아픈 사람들을 배려할 여유 따위는 없을 것이다. 포용적인 문화와 제도가 동시에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암 생존자들은 그리고 우리 모두는 사회에서 안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