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특허이야기 ⑬

마음, 특허 그리고 인공지능

2019-07-03 11:19:35 게재
박원주 특허청장

실험과 관찰을 통해 원리와 법칙을 발견하는 귀납법적 과학 방법론을 제시하여 근대 과학혁명에 크게 기여한 프란시스 베이컨. 그는 '좋은 생각을 얻기 위해선 먼저 모든 선입관과 편견을 버리고 깨끗한 빈 마음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좋은 생각의 착상은 열린 마음으로부터 나온다고 가르쳤다.

국제지식재산기구(WIPO)는 지식재산을 '발명품과 같은 마음의 창조물'로 규정하고, 특허법에선 발명을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기술적 사상'이란 일정한 목적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수단과 추상적·개념적인 착상의 결합이니 이 역시 인간의 마음과 연계되어 있다. 결국 발명이란 열린 마음으로부터 나오고 창작이라는 행위를 통하여 완성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세계 5대 특허청장이 지난달 13일 '제12회 IP5 특허청장 회의'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특허청 제공


인공지능(AI) 이라면 어떨까. AI도 마음을 갖고 있을까. 현대 컴퓨터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앨런 튜링은 '사전에 상대를 서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계적인 대화를 통해 기계인지 인간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 기계는 인간과 동등한 지능을 가졌다'고 했다. 인간의 마음을 입출력에 따라 결과가 나타나는 컴퓨터 알고리즘과 같은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2000년까지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출현할 것이라던 앨런 튜링의 예측처럼, 컴퓨터는 바둑과 같은 일부 분야에선 이미 인간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마음 요소인 생각, 이상, 관념 등을 처리하는 알고리즘을 찾아낸다면 인간의 마음과 구분되지 않는 AI가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AI 스스로 발명을 했을 경우는 어떨까. AI가 발명자나 특허권자가 될 수 있을까. 현행 특허법상 자연인이 아닌 AI가 권리의 주체가 될 순 없지만, 산업발전을 위해 AI 발명을 보호해야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AI 발명에 대한 특허권 부여, 권리 관계, 침해 등에 관한 기준을 세우고, 국제적 조화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시대적 상황과 궤를 맞추어, 우리나라도 AI 관련 심사기준을 개정하여 AI 관련 발명을 컴퓨터-소프트웨어 발명의 한 분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전세계 특허 출원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5개국(IP5, 미국 유럽 중국 일본 한국) 특허청장 회의에서도 4차산업혁명시대에 AI 등 신기술을 지식재산권으로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AI와 지식재산.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은 분야인 만큼 우리에게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기에, 혁신의 씨를 뿌리고 가꾸어 나간다는 열린 마음으로 준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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