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과태료 무서웠나' 감사조서 제출

2019-07-16 11:31:52 게재

법원 제출명령 30개월 만에 GS건설 분식회계 집단소송

조서에 분식 정황 드러날까

GS건설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이 법원에 GS건설 감사조서를 제출했다. 법원이 삼일회계법인에 문서제출명령을 한지 30개월 만이다.

16일 회계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이달 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에 13상자(A4용지) 분량의 GS건설 감사조서를 제출했다.

감사조서는 감사의견 형성을 위해 수집된 증거자료와 서류의 집합체를 말한다. 감사조서에는 확보된 감사증거로부터 감사인이 도출한 결론 등의 정보가 기록돼 있다.

GS건설 투자자들은 감사조서에 분식회계혐의와 관련한 정황 증거들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재판부는 감사조서가 충실히 제출됐는지, 감사조서에 '영업비밀 등'이 포함돼 있는지 검토한 뒤에 원고(투자자)들의 열람·복사를 허용할 예정이다. 삼일회계법인은 법원이 문서제출명령 위반을 이유로 부과한 과태료 500만원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이의신청을 냈다.

삼일회계법인은 재판부의 문서제출명령에 항고와 재항고를 거쳤지만 결국 대법원은 문서제출명령 이행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결정에도 삼일회계법인은 감사조서 제출을 계속 미뤄오다가 법원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삼일회계법인은 과태료 처분 2주일 만에 감사조서를 제출했다.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감사조서 제출을 미뤘던 삼일회계법인이 입장을 바꾼 것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이 법원에 제출한 서증조사신청이 부담이 됐을 수 있다. 서증조사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재판부가 직접 삼일회계법인에 가서 관련 자료를 조사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또한 원고들은 감사조서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삼일회계법인 대표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방안을 재판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가 감사조서를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19일로 예정된 변론기일은 별다른 쟁점없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재판부의 서증조사 여부가 쟁점이 될 예정이었지만 삼일회계법인의 감사조서 제출로 서증조사신청이 필요없어졌다. 다만 원고들이 요구한 목록대로 감사조서가 제출되지 않았거나 부실하게 제출됐을 경우에는 다시 서증조사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재판부가 감사조서의 열람·복사를 허용하면 조서내용을 검토한 뒤 증인신청목록을 다시 작성해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의 관계자는 "문서제출명령의 목록대로 감사조사가 제출됐다면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내용은 다 있을 것"이라며 "건설계약에 있어서는 원가 진행률이 중요하기 때문에 감사조서에 그 내용이 포함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GS건설은 2011년에 5980억원, 2012년에 160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3년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도 4분기 대비 -24.79%, 영업손실은 -532%, 당기순손실은 -382%로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실적부진에 따른 주가하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이들은 GS건설이 해외플랜트 공사에서 매출과 이익을 과대 계상하는 등 분식회계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2013년 GS건설 분식회계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16년 소송허가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삼일회계법인의 감사조서 제출이 늦어지면서 재판은 3년간 공전을 거듭했다.

외부감사법에는 감사조서의 보관기간을 감사종료시점으로부터 8년으로 정하고 있어서 올해를 넘겼으면 분식회계가 의심되는 시점에 작성된 GS건설의 감사조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뻔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