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주년 전국체전 수영은 김천에서

2019-08-01 11:26:48 게재

'알맹이 빠졌다' 서울시 비판

인천은 넋 놓고 있다 뒤통수

김천만 유치 성공해 '잔칫집'

몇몇 지자체들이 전국체전 수영경기장 때문에 울고 웃는 일이 생겼다. 서울시와 인천시는 안일하게 대응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반대로 경북 김천시는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수영경기를 유치해 때 아닌 잔칫집 분위기다.

김천은 멀리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수영경기를 유치했다. 전국체전 기간 수영장을 사용하면서 지불해야 하는 대관료를 받지 않기로 하는 등 최대한 대회 편의를 봐주겠다고 공약한 것이 주효했다. 김충섭 시장이 직접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 등을 찾아다니며 적극적으로 유치전에 나선 효과도 컸다.

수영은 육상 다음으로 매달이 많은 종목이다. 대회 기간 선수와 가족 등 약 5000여명이 5~6일을 경기장 주변에서 머물게 된다.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 상인들은 벌써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다. 김천의 한 음식점 사장은 "기대하지 않았던 전국체전 수영대회를 유치해 기쁘다"며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인천시는 전국체전 수영경기가 당연히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 박태환수영장에서 치러질 걸로 알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인천은 최근까지도 박태환수영장에서 경기가 치러질 것으로 알고 이에 따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설 개보수를 위한 추경도 준비 중이었다. 수영장 주변 숙박시설이나 상가들도 기대가 컸다. 특히 인천은 서울과의 인접성, 선수·관계자의 선호도, 규모 등에서 다른 지역보다 월등한 조건을 갖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서울에서 수영대회를 치르지 못하면 당연히 인천에서 치러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에 따른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대회를 유치하려고 특별히 노력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메달 10% 타지서 시상' 씁쓸한 서울 = 가장 씁쓸한 지자체는 서울시다. 서울시는 올해 10월 치러지는 전국체전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에 전국체전 100주년 대회를 서울시에서 치른다는 자부심이 컸다. 박원순 시장도 대회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수영대회를 다른 지역에서 치르는 상황이 벌어져 난감한 처지가 됐다. 일부에서는 '수도 서울에 50m 수영장이 없어 멀리 김천까지 내려가 대회를 치르느냐'고 비아냥거렸다. 실제 서울에는 훈련용 50m 레인을 갖고 있는 수영장이 송파구 올림픽수영장과 잠실제1수영장, 한국체육대학 수영장, 서울체고 수영장 4곳이다. 이 가운데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곳은 올림픽수영장과 잠실1수영장 2곳. 그런데 잠실1수영장은 스포츠콤플렉스 건설을 위해 철거하기로 한 시설이라 제외하면 올림픽수영장 1곳만 남는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수영장을 관리하고 있는 한국체육산업개발을 끝내 설득하지 못했다. 체육산업개발은 대회를 위한 개보수와 대회기간 격게 될 동호인들의 불편을 이유로 대관을 거부했다.

서울시는 부득이하게 올해 1월 그나마 가까운 인천 박태환수영장에서 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공식 누리집에 홍보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한 중학생 선수가 다이빙 훈련 중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뒤 이 종목 선수 일부가 다른 곳에서 대회를 치르게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를 의식해 다른 후보지를 찾던 서울시는 결국 김천을 대회장소로 최종 결정했다.

수영장 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전국체전 직후 치러지는 장애인체전 수영경기는 당초 계획대로 인천에서 치러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수와 가족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굳이 사망사고가 부담스러우면 다이빙 경기만 다른 곳에서 치르면 되지 왜 전체 경기를 김천에서 치르느냐는 것이다.

서울시의회에서도 문제제기가 나온다. 1986년 아시안게임 체조 국가대표 출신 김소영 서울시의원은 "100주년 전국체전을 치르면서 수영 같은 기초종목 경기장도 갖추지 못해 다른 지역에서 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서울시는 물론 문체부, 대한체육회 등 관련 기관들의 안일한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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