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DLS(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 손실위험, 피해 최소화 잰걸음

2019-08-12 11:32:06 게재

우리은행 대응센터 마련, 금감원 금융권 전반 조사 … 불완전판매 여부 쟁점

독일과 영국 등 해외 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증권상품(DLS)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지면서 금융감독원과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12일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과 증권회사가 올해 판매한 금리연계 DLS 규모가 약 1조원 가량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상품별로 만기시점과 스트라이킹 프라이스 (권리행사 가격) 등을 비롯한 옵션 조건을 조사하고 있다. 주로 문제가 되는 상품은 독일과 영국 등 유럽에 투자한 금리연계형 DLS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나 영국 CMS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해 발행한 파생결합증권이다.


상품 만기 시점에 금리가 일정 수치 이상이면 투자자들은 원금과 함께 연 3~5%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반면 일정 수치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금감원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4000억원 가량의 DLS를 판매했으며 수천억원대의 손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기 시점에 채권금리가 급등하면 모르겠지만 국채를 선호하고 안전자산으로 투자가 몰리는 시점이라서 금리상승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유럽의 금리하락으로 20% 가량의 투자자 손실이 예상되는 시점부터 금감원과 대응책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3월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이달 7일에는 사상 최저인 -0.578%를 기록했다. 독일 금리에 연계된 DLS의 손실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상품은 만기일에 금리가 -0.32% 이상이면 목표수익률을 제공하지만 금리가 그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금리가 -0.62% 이하로 내려가면 원금 전액을 잃게 된다.

우리은행은 독일 금리연계상품 투자규모가 1250억원 가량되고 영국 금리에 연계된 상품이 2600억원 가량되는 등 모두 3850억원이 손실 위험에 처해있다. 독일 금리연계상품은 9월부터 11월 사이에 만기가 집중돼 있어 투자자 손실은 곧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은 올해 1조원 가량의 금리연계 DLS상품을 판매했고 6000억원은 만기상환에 문제가 없었지만 4000억원 가량이 만기를 맞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다른 시중은행들도 판매를 했지만 두 은행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12일부터 서울 중구 퇴계로 서울연수원에 대응센터를 마련해 본점 차원에서 투자자 상담을 시작했다. 대응센터에서는 직원과 함께 변호사들이 법률상담까지 진행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을 직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소송인단 모집에 들어갔다. 금감원도 실태조사 이후에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금리하락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하락으로 인한 원금손실 위험성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하지 않고 예금과 같이 안정한 상품인 것처럼 포장해 해당 상품을 판매한 것이라면 이는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두 은행은 해당 상품을 매년 1조원씩 판매했고 그동안 고객들에게 상당한 수익을 가져다줬는데,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해당 상품의 손실이 커졌다는 것이다.

해당 상품에 투자한 고객 대부분이 은행의 충성고객이라서 은행들은 사태 수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면 은행들이 고객의 손실액을 보전해줄 방법이 없다. 투자상품에 대한 손실보전은 자본시장법 위반이고 은행들의 배임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신청을 하고 분조위에서 배상 결정을 내리면 은행들이 이를 수용하는 등의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에 문제가된 금리연계 DLS뿐만 아니라 환율과 주가지수 연계상품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권 전 영역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