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조국 여론전 "이미 이긴 게임"

2019-08-21 11:20:00 게재

이념공세 대신 가족공세

사노맹·장외투쟁 역풍 경계

황교안 "부도덕한 사례 넘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권의 검증공세가 여론을 업고 효과를 발휘하는 모습이다. 한국당 내에서는 이미 여론전만으로 충분히 정치적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물타기'를 시도할 기회 역시 적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명 초기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가 조 후보자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관련 전력을 문제 삼자 이념공세 조짐을 보였다.

발언하는 황교안 대표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하지만 16일부터 웅동학원 소송전, 사모펀드 투자, 전 제수씨 주택보유 등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가족공세'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의혹이 조 후보자 딸의 장학금 특혜논란, 논문 1저자 등재 논란 등으로 번지자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신상털기'라던 여당의 방어논리에도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21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념공세 프레임에 갇힐까 우려도 없지 않았지만 (조 후보자가) 다른 문제도 워낙 많은 사람이었다"며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는만큼 계속 새로운 문제를 찾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한 한국당 의원은 21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조 후보자 청문회는) 이미 이긴 게임이라고 본다"며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해도, 철회해도 상당한 데미지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 힘만으로는 힘든 싸움이었는데 언론까지 돌아섰다"며 "청문회를 열기 전에 사퇴하는 편이 당사자에게 나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9월 청문회'를 주장하고 있는 한국당은 여론전을 최대한 이어가려는 태세다. 추석 민심까지 고려한 포석으로 읽힌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정부여당의 '물타기'로 모처럼의 득점 기회를 날릴 악재들이 널려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추후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이념논란이 격화될 경우 여당은 초점을 돌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24일부터 예정된 당 지도부의 장외투쟁도 복병이라는 지적이다. 진행 과정에서 막말이 나오거나 진행상의 문제가 공론화될 경우 여당 반격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달 말 종료가 예정된 국회 정개특위에서 범여권이 패스트트랙 선거제 개편안 의결을 강행할 경우 또 다른 정국의 '블랙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한국당 법사위원은 "원내에서 조국에 집중해야 한다"며 "여당은 물타기를 하려고 혈안이 된 상태인데 장외투쟁에서 빌미를 제공하게 되면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한국당은 21일에도 조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에 집중포화를 날렸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회의를 열고 "부도덕한 사례가 매일 넘치고 있다. (딸의 대학·대학원 진학은) 아버지 조국이 프리패스 티켓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해야 마땅하다"며 "분노하는 국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이번 주말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당을 겨냥해 "조 후보자를 감싸 안으면 안을수록 자멸을 촉진할 것"이라며 "과거 (최순실 의혹) 경제공동체 운운하며 온갖 의혹을 끌어다 붙이더니 지금 이 모든 의혹의 중심에 후보자 본인이 있는데도 '가족 신상털기' 이런 이야기를 하며 감성팔이나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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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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