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손실, 분쟁조정신청 잇따라

2019-08-22 12:32:13 게재

4일 만에 2배 늘어나 … 금감원, 이르면 내달 첫 조정

해외 주요국가 금리와 연계된 파생결합펀드(DLF)의 손실이 수천억원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에 잇따라 분쟁조정을 신청하고 있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불완전판매가 드러나면 내달 말쯤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구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DLF와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이 우리은행·KEB하나은행·NH투자증권을 상대로 60여건의 분쟁조정을 신청했다고 22일 밝혔다. 16일 기준 29건에서 불과 4일(영업일 기준) 만에 2배를 넘어섰다

신청자 중 일부는 중도환매 등을 통해 손실이 확정됐지만 상당수는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미리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연계 DLF는 내달 17일부터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한다. 금리가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 만기시 투자자들의 평균 예상손실률은 95.1%에 달한다. DLF·DSL에 투자한 개인들의 평균 투자액이 2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손실액이 1억9020만원에 달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분쟁조정에 들어온 사건들을 분류해 대표성이 강한 첫 사건을 선정할 예정이다.

일단 다음주 현장 검사를 통해 우리은행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연계 DLF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 의무'를 준수했는지 면밀히 살핀다는 계획이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회사가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투자권유를 하는 경우에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 의무'를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합성 원칙은 '투자권유를 하는 경우 일반투자자의 투자목적·재산상황 및 투자경험 등에 비춰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투자권유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설명의 의무는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 또는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거짓 또는 왜곡(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해 설명하거나 중요사항을 누락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금감원에 민원을 낸 투자자 대부분은 '원금손실이 거의 없는 상품인줄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 직원이 '원금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사례도 나오고 있어 은행들이 책임을 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의 30~40%가 만 65세 이상 고령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들이 적합성 원칙을 지켰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투자자 역시 '자기책임의 원칙'이 있는 만큼 은행에 50% 이상 배상책임을 물리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법원은 '금융상품의 투자자가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투자하고자 하는 금융상품의 개념과 내용, 손익구조, 투자위험성 등에 관해 신중히 검토한 다음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은행의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불완전판매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지목됐던 '우리파워인컴펀드'에 대해 2014년 대법원은 배상비율을 70%로 물린 하급심 판결을 과도하다며 파기했다. 투자자들이 △판매 보조자료를 통해 적어도 펀드가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상품임은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약관 및 투자설명서를 반드시 읽어 볼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도 이를 교부받아 그 내용을 확인해 보지 아니한 채 단순히 은행 직원들의 설명만을 믿고 가입했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었다.

따라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의 불완전판매가 인정되면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의 최대 50%선에서 배상 결정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은 신청자에 한해서만 구제를 하기 때문에 DLS·DLF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3600여명이 모두 개별 신청을 해야 심사를 거쳐 배상여부를 판단받을 수 있다.

한편 우리은행·KEB하나은행과 달리 유사한 형태의 DLF를 판매하지 않은 시중은행들은 금융상품을 심사하는 위원회에서 투자자 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판단해 판매를 하지 않았다. 일부 은행은 실무자 검토 단계에서 판매가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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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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