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기억을 붙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09-03 11:30:37 게재

용산구 치매안심센터 10돌 맞아 재단장

기억키움학교 이용 주민 1500만원 기부

경기 양주에 마을형 노인요양시설 조성

"아버지가 2014년 치매진단을 받았는데 뭐가 뭔지 잘 모를 때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밤늦게 거리를 헤매고 있을 때 집까지 배웅도 해주고 가족모임에서 위로도 받았어요."

올해로 10돌을 맞은 서울 용산구 치매안심센터가 재단장하고 문을 열던 지난달 30일 '다각적 신체평형능력 분석기계'가 첫 선을 보였다. 후암동 주민 김은희(51)씨가 지난해 쾌척한 1500만원으로 구입한 기기에는 몸의 평형감각을 측정하고 게임형태로 운동을 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내장돼있다. 기계는 김씨네 가족이 부친을 돌봐준 치매안심센터와 치매 가족들에 전하는 감사의 뜻이다.

용산구는 급속한 노인인구 증가와 치매환자 증가에 발맞춰 10돌은 맞은 치매안심센터를 재단장했다. 성장현 구청장이 재단장식을 찾은 주민들을 맞고 있다. 사진 용산구 제공

용산구는 지역 내 치매환자 조기검진과 통합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지난 2009년 10월 치매안심센터를 개관했다. 센터장을 비롯해 전문인력까지 19명이 노인들을 돌보는 작은 규모이지만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둘도 없는 공간이다.

3일 용산구에 따르면 지역 내 노인인구와 치매환자 발생률은 갈수록 증가추세다. 65세 이상 인구는 2016년 3만5547명(15.4%)에서 지난해 3만7212명(16.2%)로, 치매노인은(유병률) 2012년 2542명(8.5%)에서 2017년 3274명(10.0%)까지 늘었다. 지난해 서울시 전체 치매환자가 노인인구 중 8.78%라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다. 반면 서울시 장기요양시설과 주간보호시설은 각각 528개와 315개로 25개 자치구 평균으로 따지면 21.1개와 12.6개인데 용산구는 각각 5개와 6개로 현저히 부족하다.

그만큼 치매안심센터 이용률이 높다. 지난해 기준 센터를 이용한 주민은 3만명. 선별검진을 받은 주민은 8344명, 치매예방교육 수강자 4824명, 인지건강 과정 수강생 1만7500명 등이다. 특히 김은희씨의 부친 고 김철호씨 등 환자들 기억을 조금이라도 더 붙들어주는 기억키움학교가 인기다. 김씨는 "그간 아버지를 돌봐주신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어 가족들과 의견을 모았다"며 "모든 사람들이 유용하게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게 뭘까 센터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댔다"고 말했다. 용산구도 김씨에 감사장을 전했다.

센터를 필요로 하는 노년층에 맞춰 구는 575㎡ 규모 치매안심센터를 새롭게 꾸몄다. 편안하고 안전한 치매환자 진단·치료·돌봄을 최우선 목표로 검진실을 기존 4개에서 6개로 확대하고 기억키움학교는 68.18㎡에서 92.85㎡로 늘렸다. 가족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힐링카페를 새롭게 배치했고 이를 근거로 자조모임을 6개까지 확대해 지원할 예정이다.

홍기옥(85·원효로2가동) 용산구 치매가족 대표는 "인간적으로 도와가며 아픔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 좋다"며 "가족을 위한 공간이 기대보다 비좁긴 하지만 새 치매안심센터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식사 해결이 어려운 환자와 가족을 위한 공유부엌, 집 가까운 동주민센터 단위 안심센터가 있었으면 한다"며 "간단한 장보기 등 일상생활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용산구는 치매안심센터 확대에 이어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구유지에 마을형 치매전담 노인요양시설을 건립, 부족함을 메울 계획이다. 폐쇄적인 기존 요양시설과 달리 작은 집같은 공간에 거주하면서 야외에서 텃밭을 가꾸고 애완동물을 기를 수 있다. 미용실 카페 편의점 등 일상 생활시설도 구상 중이다. 당초 120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로 추진했는데 구의회에서 확대를 제안 144명으로 정원을 늘렸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치매는 모두의 문제"라며 "낫지는 않더라도 진행이 더디게, 건강하게 주어진 생명을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값이 떨어진다고 반대하면 멀리 강원도 경기도까지 갈 수밖에 없다"며 "주민들이 (이웃을) 이해시켜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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