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용한 식당 기록, 내가 쓴 리뷰로 '토큰 보상' 받는다

2019-09-05 10:18:21 게재

UDC 2019 … 웹 브라우저·결제·콘텐츠 분야 블록체인 서비스 소개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대표 이석우) 개최 블록체인 컨퍼런스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9'(Upbit Developer Conference 2019)에서 실생활로 들어온 블록체인 모델이 소개됐다. 4일 '이게 바로 블록체인 서비스'를 주제로 진행된 전문가세션에서는 웹 브라우저, 결제, 콘텐츠 분야 서비스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4일 그랜드 하얏트 인천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9'(UDC 2019)에서 원지현 콘텐츠프로토콜 공동대표가 콘텐츠 분야 블록체인 서비스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두나무 제공


◆프라이버시 중시 웹 브라우저 '브레이브' = 브레이브는 프라이버시와 보안에 최우선을 두고 광고차단, 추적차단, 지문인증 등을 기본 기능으로 제공하는 웹 브라우저다. 기존 웹 브라우저들이 이용자들의 사이트 접속 정보나 검색 데이터 등을 수집하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한 브라우저다.

빅데이터 시대로 불리는 요즘, 웹사이트 몇 군데를 방문하거나 온라인 쇼핑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하면 이용자의 취향이 쉽게 파악된다. 이같은 온라인 광고 생태계에서 프라이버시 보호를 원하는 요구가 생겨났고 브레이브는 첨단 암호화 기술 등을 이용해 이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얀 주 브레이브 CISO는 "브레이브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자의 개인 정보는 절대 디바이스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브레이브는 개인 정보 접근 권한을 이용자에게 주는 한편 자신의 데이터를 공유해, 광고를 허용하는 이용자에게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었다.

얀 주 CISO는 "브레이브 서비스 이용자들은 프라이버시 침해가 없는 광고들을 보고 BAT를 얻을 수 있다"면서 "획득한 BAT는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의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기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BAT(베이직 어텐션 토큰)란 브레이브가 만든 ERC20 토큰(이더리움 기반 토큰)으로 사용자, 출판사, 광고주를 하나로 묶어 웹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활용된다.

에브 쿼크 브레이브 수석개발자는 "브레이브는 전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블록체인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라면서 "17만 이상의 검증된 퍼블리셔와 광고 클릭율이 19%에 달하는 등 브레이브가 추구하는 광고 생태계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친숙한 결제방식으로 다가선 암호화폐 '테라' =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몬의 CEO로 활동했던 신현성 공동대표는 전자상거래에서의 결제를 법정통화가 아닌 블록체인의 암호화폐(토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다. 토큰을 활용하는 이유는 결제를 위한 여러 중간 단계를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결제 수수료를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한번 결제하려면 6개의 기관에서 사용 비용이 부과돼 수수료가 2.5~3% 정도 나가지만 블록체인을 통해 중간단계를 없앴고 이커머스 거래 수수료가 0.5%까지 낮아졌다"고 말했다. 저렴한 수수료라는 강점 때문에 테라와 함께 제휴한 '테라 얼라이언스'는 26개로 광범위하게 구축돼 있다.

그는 암호화폐 대중화를 위해서는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면서 유저십(usership) 기반 서비스를 강조했다. 테라는 기존 간편 결제에 익숙해 있는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해 간편결제 '차이'(CHAI)와 협업했다. 신 대표는 "차이의 2달 운영기간을 돌아봤을 때 활성 사용자수 측면에서 일간사용자는 5만7000여명, 사용자수는 40만명이 넘으며 폭발적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기는 간편결제 시스템 적용뿐만 아니라 결제 수수료에서 절감한 비용을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 등으로 되돌려주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 대표는 "성장지향적인 스테이블코인의 설계 등을 통한 꾸준한 사용자 확보를 바탕으로 향후 소액금융이나 저축 등의 금융 앱으로도 결제 비즈니스가 확대될 수 있다"면서 "테라를 활용한 블록체인 결제 상용화가 꽃을 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매장 데이터 활용하는 '캐리' = 캐리 프로토콜은 온라인 상의 정보가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 이용한 소비자의 데이터 주권을 소비자에게 되돌려주자는 콘셉트를 가지고 블록체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사람들이 이용하는 식당, 옷가게, 마트 등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 매장보다 훨씬 많다. 개별 매장들은 자체 매출 기록 분석을 통해 소비자에게 광고를 보내고 있지만 소비자는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통제 권한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광고주 입장에서 매장별로 데이터를 수집되기 때문에 데이터가 단절돼 있어 전체적인 수요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 힘들다.

최재승 캐리 프로토콜 공동대표는 "캐리는 소비자가 자신의 오프라인 구매 데이터를 직접 통제함으로써 본인의 '데이터 권익'을 되찾고 이를 수익화하는 토큰 이코노미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캐리 앱과 연동시켜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해 상품을 구입한 뒤 이 구매 정보를 광고주에게 전달할지 말지를 소비자가 결정하는 구조이다.

최 대표는 "광고주는 캐리를 통해 사용자의 구매데이터(시간, 지역 등)를 조회할 수 있으며, 캐리토큰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지불함으로서 중간자가 사라져 광고주와 소비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리 프로토콜은 올 연말까지 1만개 가맹점을 만들고 내년에는 상용화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영상콘텐츠 리뷰 보상해주는 '콘텐츠프로토콜' = 콘텐츠프로토콜은 이용자 데이터에 목말라 있는 영상 콘텐츠 제작 업체들의 수요를 파고든 서비스이다. 원지현 공동대표는 콘텐츠프로토콜 설립 전 2016년 1월 왓챠플레이라는 OTT서비스(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런칭해 성공했다. 그는 콘텐츠를 사오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콘텐츠가 얼마나 소비될지 예측하는 모델로 효율성을 높인 것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원 대표는 "헐리우드 스튜디오나 방송사들은 콘텐츠 제작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것을 한결같이 원해왔다"면서 "요즘 헐리우드의 대형 제작사들은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자를 데려다가 소비자 분석을 하고 있다"면서 콘텐츠 제작, 유통 분야에서 데이터를 통한 혁신의 여지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왓챠플레이는 이용자 시청 데이터, 리뷰 등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며 또 어떤 장면에서 어떤 이용자가 이탈하고 이탈한 후 어떤 동영상을 시청하는지 등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해 이용자의 기호를 파악하고 있다. 왓챠플레이가 블록체인을 활용한 컨텐츠프로토콜을 시작한 것은 사용자가 남기는 데이터의 위변조 방지와 리뷰 등에 대한 보상을 토큰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원 대표는 왓챠의 평가별점을 블록체인에 결합한 콘텐츠프로토콜을 소개하며 "이용자가 남긴 데이터의 양과 질에 따라 차등화해서 자체 토큰 'CPT'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왓챠가 열성 이용자가 많은 것과 관련해 이에 대해 원 대표는 "이용자들은 단순히 보상을 많이 위해 리뷰를 열심히 쓰는 것이 아니라 왓챠의 내재적 가치에 공감해 리뷰를 남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내재적 가치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더 나은 콘텐츠가 세상에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소비자의 취향과 의견이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데이터의 힘을 확인한 원 대표는 "향후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및 e북 서비스 등 다른 문화 컨텐츠 소비플랫폼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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