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텍대학, 직업교육 새 길을 찾다 | ① 융합기술교육원

고학력 청년층, 고급 기술인력으로 양성

2019-09-09 12:54:24 게재

신산업·신기술 직종 특화 하이테크과정 운영 … 취업률 91%, 유지 취업률 95%

#1. 4년제 대학 국문과를 졸업한 이 모씨는 졸업 후 취업에 한계를 느꼈다. 이씨는 취업에 최적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폴리텍대학 융합기술교육원(융기원) 생명의료시스템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생명공학이나 분석화학의 기본 이론조차 접해본 적 없던 그에게 학교 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하지만 이씨는 사실상 1대 1 학습에 가까운 교수들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이론을 습득하고 융기원의 특화된 교육과정으로 다양한 실무교육을 받았다. 현재 이씨는 바이오분야 중견기업에 취업했다.

#2. 또 다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장 모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능점수에 맞춰 토목공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건설회사에 들어가 현장관리직으로 근무했던 장씨는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는 고민 끝에 2년여 직장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퇴사한다. 서른이 넘은 나이였지만 어렸을 적부터 관심이 있었던 펌웨어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던 그는 융기원 임베디드시스템과에 진학한다. 10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장씨는 실무 위주의 체계적인 교육과 좋은 시설 그리고 교수들의 열정적인 강의 덕분에 개발자가 되기 위한 기초를 다질 수 있었다. 현재 그는 헬스케어분야에 특화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벤처회사에 입사해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융합기술연구원은 고학력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테크(BT), 응용소프트웨어(SW) 등 미래유망 산업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사진은 임베디드시스템과(위)와 생명의료시스템과(아래)의 수업 장면. 사진 융합기술연구원 제공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폴리텍대학 융기원은 고학력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테크(BT), 응용소프트웨어(SW) 등 미래유망 산업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 인근에 도심형 캠퍼스 형태로 2016년 문을 연 융기원은 하이테크과정을 운영한다. 하이테크과정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고학력 청년층을 고급 기술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한 신산업·신기술 직종 특화과정이다. 교육과정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4수준(전문대) 이상 모듈식 교과(기초, 심화, 특화)로 편성됐다. 이 곳은 단계별로 테스트를 실시해 일정 수준에 미달하면 탈락시키는 엄격한 학사관리로 유명하다.

융기원은 데이터융합SW·생명의료시스템·임베디드시스템 등 3개 학과를 운영한다. 데이터융합SW과는 소프트웨어 구축·운영, 데이터베이스 설계·품질관리 능력을 갖춘 빅데이터 기반 분석, 인공지능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이 목적이다. 졸업생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IT운영, 데이터베이스, 빅데이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관련 업체 등으로 진출한다.

생명의료시스템과는 의료바이오 산업에 필수적인 분자진단, 세포배양, 기기분석에 관한 핵심 이론과 기술 교육을 통해 의약품 개발·생산 분야 현장 실무형 전문가를 양성한다. 졸업생들은 의약품 개발·생산업체, 의료바이오 관련 회사·연구소, 바이오 관련 정부출연 연구기관, 생물 벤처기업, 임상시험기관(CRO) 등에 취업한다.

임베디드시스템과는 하드웨어와 SW의 결합인 임베디드시스템의 원리와 기초를 익히고 스마트팩토리, 사물인터넷, 스마트 홈 등 임베디드시스템 기기를 직접 제작 또는 개발할 엔지니어를 양성한다.


◆문과 출신도 환영 = '전공불문, 대졸자'라는 융기원의 지원 자격도 눈길을 끈다. 이른바 '문과 출신'을 하이테크분야 연구·기술자로 양성한다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강구홍 융기원 원장은 "취업이 어려운 문과 출신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직업훈련이 필요하다"면서 "이들을 어떻게 교육시켜 기업 눈높이에 맞출지가 개원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도 비전공자를, 그것도 짧은 기간에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로 양성한다는 것에 회의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융기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준비를 했다. 먼저 교원을 산업체 근무 경력자를 중심으로 채용했다. 실무 능력과 강의 능력을 겸비한 교원을 통해 기업의 눈높이에 맞춘 인재를 양성한다는 전략이었다. 여기에 신기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고성능 오비트랩 질량분석기, 클라우트 컴퓨팅 서버실, 스마트 팩토리 실습장비 등 최고급 교육시설과 장비를 마련했다.


이 현 임베디드시스템학과 학과장은 "대부분 일반 대학에서는 첨단장비를 활용한 실습보다는 이론 중심 교육을 한다"면서 "우리는 첨단장비를 활용한 실습교육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대학이 갖추고 있는 장비를 사용하고 그 결과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기업들이 앞다퉈 선발해 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융기원은 일반 대학 학생들의 첨단장비 실습교육을 위탁받아 실시하기도 한다.

4년제 대학 관련학과 출신인 김지은 교육생(생명의료시스템과)은 "예전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통해 이론 중심으로 배웠는데 이 곳에서는 다양한 장비를 직접 다루면서 실무·실습 중심으로 공부한다"며 만족해했다.

또 경영학과 출신인 주성우 교육생(임베디드시스템과)은 "비전공자라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기초 과정 때 교수님들이 개별지도에 가깝도록 도움을 줘 위기를 넘기고 지금은 잘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협약반으로 새로운 도전 나서 = 융기원은 기업과 협약을 통해 교육과정 설계 단계부터 산업현장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 생명의료시스템과는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의학연구소 등이, 데이터융합SW과는 하나은행 투비소프트 등이, 임베디드시스템과는 지멘스 싸이닉솔루션 콘텔라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학과장은 "직업교육훈련을 하다보니 기업 의견을 많이 반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학교 차원의 공식적인 경로뿐 아니라 교수 개인적으로도 수시로 기업과 만나 인력 수요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융기원은 일반 대학에서 2년여 기간이 소요되는 교과를 10개월(1200시간)로 압축해 몰입형으로 운영한다. 먼저 8개월 간 이론·기초실습을 실시한 후 나머지 2개월 간은 실습 프로젝트에 집중한다. 교육생은 협약기업이 설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기업 관계자가 이들을 직접 지도하기도 한다.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교육에 참여하고 교육생 능력을 검증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취업으로 연계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2월 수료한 1기생의 취업률은 90.9%(3월 말 기준), 취업유지율은 95.7%(6월 말 기준)를 기록했다.

융기원은 새로운 도전에도 나섰다. 지난해 말 하나금융그룹 정보기술(IT) 전문기업인 하나금융티아이와 협약을 맺고 데이터융합SW과에 협약반을 개설했다.

양측은 30명을 선발, 70%를 하나금융티아이가 채용하기로 약정했다. 8월말 수료한 협약반 교육생의 경우 중도탈락한 4명(취업 3명, 진학 1명)을 제외한 26명 중 24명(92.3%)이 하나금융티아이에 취업했다.

강 원장은 "고학력자가 기본 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융합교육을 받으면 창의적인 생각과 일을 할 수 있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라며 "앞으로 이같은 협약반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직이나 전직, 재취업 등을 위한 직업교육훈련은 평생교육 차원으로 필요하다"며 "융합기술교육원이 앞장서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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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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