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길 함께 걸어요

2019-09-19 11:16:17 게재

용산구 2시간 탐방길 개발 … 청년 일자리사업

조선시대 한양에서 출발해 충북 충주와 경북 문경, 부산을 거쳐 일본 에도(도쿄)까지 1158㎞를 육로와 바닷길로 이동하며 한일 교류를 이끌었던 조선통신사(朝鮮通信使). 서울 용산구가 사절단이 영남대로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전 걸었던 길을 재조명한다. 용산구는 한일 우호관계 상징이었던 조선통신사길을 따라 걷는 과정을 마련, 25일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조선통신사는 조선 조정에서 일본 막부에 파견했던 300~500명 규모 공식 외교사절. 아베정권의 경제보복으로 한일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조선통신사길을 재현, 양국 관계 개선을 이끈다는 취지로 마련했다. 지역 청년들이 참여해 과정을 운영, 청년 일자리 확충 효과도 있다.

'조선통신사길 따라 걷기'는 25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두차례 진행된다. 후암동 일대 4개 유적을 들르는데 총 2시간 가량 소요된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명장 관우를 모신 사당 남관왕묘와 전생서 터. 이태원 표지석과 남단 터다.

남묘로도 부르는 남관왕묘는 선조 31년(1598년) 정유재란 당시 지어진 사당. 사절단 일행이 남묘에서 조정 관료나 친·인척들과 석별의 정을 나눴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전생서는 조선시대 궁중 제사에 쓸 소와 양 돼지를 기르던 관청. 고종 31년(1894년) 갑오개혁 때 폐지됐는데 통신사 환송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조선시대 도성 근교 4대 숙소 가운데 하나였던 이태원 표지석은 용산고 정문 앞에 있다. 공무여행자 숙박시설 가운데 한양에서 가장 가까웠다. 남단은 조선시대 임금이 기우제를 지냈던 곳으로 현재 미군부대 내에 위치, 부대 담벼락 밖에서 위치를 조망하는 정도에 그칠 예정이다.

용산구는 행정안전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공모를 통해 통신사길 재조명을 기획했다. 여행 관련 사업에 관심이 있는 미취업 청년 5명이 구상부터 자료 수집을 담당했고 여행 진행까지 이끈다.

용산구는 추후 용산공원이 조성되면 끊어진 옛 길을 복원하는 작업과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도성을 떠난 조선통신사가 용산을 거쳐 영남대로에 올랐다는 사실을 주민들과 공유하면서 여행 관련 일자리 경험을 얻은 청년들을 민간기업 취업으로도 연계할 것"이라며 "옛 조선통신사길을 걸으며 한일 관계 개선방안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