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감사한다 | ① 수박 겉핥기 국감 언제까지

교육위 엿새간 91개 기관 감사 … 과방위 하루 28개 기관 '뚝딱'

2019-10-02 11:22:12 게재

법은 '30일'까지 가능하지만 '10일' 안팎에 뚝딱

의원 1인당 20분 정도 질의 ... '상시국감' 말로만

'국방부, 국방정보본부,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시설본부, 국방부근무지원단, 국군체육부대, 국군복지단, 국군간호사관학교, 국방정신전력원, 국군인쇄창, 국방부조사본부, 국방부군비통제검증단, 국군재정관리단, 군사편찬연구소, 국방대학교,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국방통합데이터센터, 계룡대근무지원단, 국립서울현충원, 국방전산정보원, 국방홍보원,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특수임무수행자보상지원단, 지뢰피해자지원단, 한국국방연구원, 전쟁기념사업회, 국방전직교육원, 군인공제회.'

2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대상 기관이다. 모두 28곳이다.

2019 국감 시작 | 2019 국정감사가 시작된 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찬열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국감 시작을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국회사무처 의사국에서 배포한 '2019년도 국정감사수첩'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10일에 27개의 기관을 상대로 국감에 들어가고 11일 국감의 피감기관은 26개다.

◆6년 만에 피감기관 158개 늘어 = '무더기 국감'은 피감기관의 수가 너무 많고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 2013년에는 피감기관이 630개였으나 2014년엔 672개, 2015년엔 712개로 늘었다. 2018년에는 753개로 확대됐다. 5년 전에 비해 123개나 증가했다. 올해는 788개다. 전년보다 무려 35개, 6년전보다 158개가 늘었다.


상임위별 편차가 크다. 피감기관이 가장 많은 상임위는 교육위로 91개의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기방통위(82개) 법제사법위(76개), 환경노동위(71개), 국방위(64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61개)도 50개이상의 피감기관을 갖고 있다.

국감기간은 터무니없게 짧다. 보통 20일을 기간으로 잡고 있다. 올해도 21일까지 20일간 상임위별로 국감을 실시하고 여성가족위, 정보위, 운영위 등 중복 상임위(상임위 소속 의원이 복수로 담당하는 상임위)는 이달 말이나 11월에 실시할 예정이다. 국감이 완전히 끝나는 날은 11월 6일이다.

상임위별 실질 국감실시일은 10일 안팎이다. 외교통일위가 15일로 가장 길지만 이는 해외 공관을 돌면서 이뤄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외교통일위 의원들은 구주반, 미주반, 아주반 등으로 나눠 감사를 진행한다.

이외엔 과기방통위가 12일로 뒤를 잇지만 이틀은 현장시찰, 하루는 종합국감이다. 환노위 역시 국감기간이 12일로 잡혔으나 현장시찰과 종합국감이 들어가 있다. 법사위, 정무위, 국방위, 행안위, 산자중기벤처위 역시 11일간 국감을 실시한다고 했지만 현장시찰과 종합국감을 포함하고 있어 10일을 채 넘기지 못하는 상임위가 많다.

교육위는 8일 만에 끝내기로 했는데 이중 현장시찰과 종합국감을 빼면 6일뿐이다. 무려 91개 피감기관 감사를 6일 만에 해치우는 셈이다.

◆국회 스스로 짧게 만든 국감 = 짧은 기간에 많은 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부실국감'의 법적 근거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다. 그러나 이 법을 사실상 위반하고 있다.

국감법 2조는 '국회는 국정전반에 관하여 소관 상임위별로 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에 국정감사 시작일부터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감사를 실시한다'고 했다. 예외규정으로 '다만 본회의 의결로 정기회 기간 중에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했다.

정기국회(9월2일) 이전에 국정감사를 실시해야 하지만 관행적으로 '예외조항'을 근거로 정기국회 기간 중에 집어넣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100일간의 정기국회 기간 동안 한 달 가까이 국정감사에 총력을 기울이다보면 정작 예산안과 법안 심사가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또 30일까지 쓸 수 있지만 10일정도만 활용, 국회 스스로 국감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단기간 몰아치기식 국감'은 피감기관들에게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반응으로 이어졌다. 같은 상임위에서 국감날이 동일한 기관의 수가 많거나 의원들의 관심이 많은 기관과 같은 날로 국감일이 편성되는 것을 '국감로또' '국감운수대통'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시국감체제로 = 부실국감, 몰아치기 국감을 해소할 방법으로 여야 모두 제기한 대안이 '상시 국감'이다.

상시국감은 연간 일정을 정해 상임위별로 실시하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상시국감을 하기에는 국회의 의사일정 관행이 '상임위 중심주의'가 아닌 '지도부 중심주의'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이원욱 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상시국감을 하려면 상임위와 소위가 활성화돼 사안이 생길때마다 긴밀하게 소집해서 감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의사일정이나 법안심사 등을 상임위나 소위가 아닌 지도부에서 풀고 결론을 짓는 방식으로 국회가 운영되다보니 상시국감이라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먼저 상임위에 실질적으로 권한을 넘겨주는 정치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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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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