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레포시장 발작, JP모간 때문?

2019-10-02 11:36:28 게재

영국 로이터통신

자산 2조7000억달러를 보유한 전 세계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가 연준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을 대거 인출한 것이 지난달 중순 미국 환매조건부채권(레포) 시장 금리 급등의 한 원인이었다고 영국 로이터통신이 1일자로 전했다.

2조2000억달러 규모의 레포시장은 지난달 17일 하루짜리 금리가 10%에 이르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기업과 은행 등의 자금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했기 때문이다.

레포시장은 연준이 금리에 영향력을 행사할 때 활용되는 곳이다. 레포시장에 큰손이 없다면 전 세계 금융시스템은 유동성의 주요 원천을 잃게 될 위험에 놓인다. 헤지펀드는 레포시장을 활용해 미국 국채에 투자하거나 인수합병에 나서고, 시중 은행들은 고객들이 갑자기 현금을 인출할 때 레포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결과적으로 2008년 베어스턴스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단기자금시장이 붕괴된 신호는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즉각 매일 750억달러씩 지원키로 약속하면서 시장의 발작을 가까스로 달랬다.

월가 전문가와 경쟁 은행들은 'JP모간이 자산 구성을 변경하면서 레포시장 발작을 일으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JP모간은 연준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을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1580억달러 줄였다. JP모간 총 지준금의 57%에 해당하는 액수다.

JP모간의 판단은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금리 하락에 따른 자연스런 반응이다. 또 금융위기 이후 촘촘해진 규제를 맞추기 위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JP모간의 감축량은 같은 기간 연준에 예치된 총 지준금 감소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사정에 정통한 한 금융인은 로이터통신에 "JP모간의 지준금 감축은 매우 큰, 막대한 규모였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은행들도 지준금을 줄였다. 하지만 JP모간의 절반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같은 기간 290억달러를 줄였다. 이는 BoA 전체 예치금의 30%에 해당한다.

연준 지준금은 지난해 내내 감소했다. 연준이 금융위기 이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매입했던 채권을 서서히 줄이는 것과 병행해 은행들도 지준금을 줄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월가의 한 금융전문가는 "모든 은행들이 나름대로 지준금을 줄이고 있다"며 "하지만 JP모간은 그중 확연하게 많은 액수를 줄였다"고 말했다.

과거였다면 JP모간은 레포 금리의 급증을 활용해 짭짤한 수익을 얻으려 했을 것이다. 하루만 현금을 빌려줘도 평소 2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상황에 밝은 이들에 따르면 JP모간은 각종 제약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처지였다. 레포시장에 빌려줄 현금의 양이 부족했다.

레포 금리 급등은 기존과 다르게 현금에 대한 추가수요가 있었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법인세를 내야 하는 기간, 국채딜러 은행들이 미국채 경매에 나서야 하는 기간 등이 겹쳤다.

월가 전문가들은 "JP모간이 기존처럼 레포 대출에 나섰다면 금리가 10%까지 치솟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JP모간은 지난해 말부터 연준에서 대규모 지준금을 인출해 각종 채권을 사들였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기 전 고정금리를 챙겨놓자는 의도였다. 금리 하락세인 모기지대출 포트폴리오에 대한 압박을 상쇄해야 했다.

또 기업의 당좌예금 인출 수요에도 현금이 필요했다. 게다가 정부가 요구하는 당좌예금용 지준금 기준도 맞춰야 했다.

뿐만 아니다. 은행이 망해 청산할 경우를 대비해 추가적인 자본도 쌓아둬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채택된 규정이다. 은행들은 자사가 보유해야 하는 청산용 충당금을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금액이 상당하다고 본다.

JP모간은 이같은 종합적인 이유로 지난 3개월 간 레포 대출에 나서지 않았다.

특히 외국계 은행 미국지점이나 케이먼제도 등 조세회피처에 등록된 헤지펀드들과의 레포거래를 피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JP모간이 외국계은행이나 헤지펀드와의 레포 거래를 할 경우 추가로 쌓아둬야 하는 대손충당금이 8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JP모간이 추가로 쌓은 대손충당금은 이미 미국 은행 중 가장 많다. 글로벌 거대 은행들과 각종 파생상품으로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JP모간은 주주들에게 동일한 보상을 돌려주기 위해 이전보다 많은 수익을 내야 한다.

골드만삭스 측은 "현행 규제가 지나치게 촘촘해 레포시장의 유동성을 압박하고 있다"며 "연준 지준금에 돈을 넣는 것도 빠듯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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