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사태 ‘내부통제 부실’ 경영진 책임 묻나

2019-10-02 10:00:00 게재

손실가능성 커지는데도 위험성 높혀 신규상품 계속 팔아 ... 삼성증권 사례 적용 여부 관심

금감원, 해외금리 연계 DLF 관련 중간 검사결과 발표 |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서울본원에서 대규모 투자자 손실 사태를 발생시킨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중간 검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금융감독원 제공


"DLF 판매 검사, 은행 윗선 향하는 칼날" 에서 이어짐

금융감독원은 우리·KEB하나은행이 DLF판매에 따른 투자자의 손실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고 자체 리스크 분석없이 판매를 계속했다고 밝혔다. 내부통제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상품위원회 심의 1% 미만 = 은행 내부의 상품위원회가 고위험상품의 출시를 결정하지만 금리연계 DLF 상품 중 위원회 심의를 거친 것은 1% 미만에 불과했다.

우리은행은 2017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금리연계 DLF 380건 중 2건만 상품선정위원회에 부의했다. 만기도래 시기에 따라 손실률이 90~100%에 이른 독일국채 DLF의 경우 위원회가 서면으로 열렸지만 결의가 완료되지 않았는데 해당 상품이 출시됐다는 자료가 내부게시판에 공개됐다. 일부 위원들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했는데도 찬성 의견으로 임의 기재하고 구두로 반대의견을 낸 위원을 교체한 뒤 찬성의견을 받기도 했다.

KEB하나은행은 2016년 5월부터 2019년 5월까지 금리연계 DLF 753건 중 위원회에 부의된 건은 6건이다. 이번에 손실이 발생한 DLF는 과거 안건으로 올린 상품과 기초자산 일부가 동일하다는 이유로 논의가 생략됐다. 상품위원회가 제역할을 못한 것이다.

은행들은 DLF상품의 위험성을 자체적인 리스크 분석없이 자산운용사의 백테스트 결과 자료를 그대로 수용했다. 우리은행은 내부 실무자 등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추가 검토와 보완을 하지 않은 채 운용사 결과만 수용됐다. 실무협의회에서 ‘기초자산(독일국채 금리) 가격이 과거 9개월 동안 최대 0.79%p까지 하락한 사례가 있으며 향후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또한 기초자산인 채권금리의 하락으로 기존에 판매한 DLF의 손실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은행이 상품판매를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위험성을 키우는 방식으로 상품구조를 바꿔가면서 신규판매를 계속했다.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고객에게 주는 약정수익률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손실배수를 더 키우는 방식으로 상품위험성을 확대한 것이다.

기존 고객에 대해 손실가능성을 통보하지 않거나 통보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환매수수료(7%) 등으로 인해 손절매 실적은 저조했다.

◆내부통제 부실 제재는 = 금감원은 DLF상품의 출시와 판매 과정을 살펴본 결과 이처럼 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계별로 제동이 걸려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문제점은 금감원 검사과정에서 내부 자료를 통해 드러난 것으로 실제 내부통제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는 은행 실무자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금감원이 중간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법률적인 제재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 것은 이처럼 사실관계의 확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염두에 두고 있는 삼성증권 배당사고 사례는 내부통제 부실 등의 문제로 전·현직 대표이사들을 징계한 경우다. 금융위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등으로 삼성증권의 전·현직 대표이사 4명에 대해 해임권고(상당)와 직무정지 등의 제재 처분을 내렸다. 구성훈 당시 대표이사는 직무정지 3개월, 윤용암·김 석 전 대표이사는 해임권고(상당) 조처가 내려졌다. 김남수 전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직무정지 1개월을 받았다.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의 경우 △업무매뉴얼 미비 △전산시스템 설계 오류 △직무분리기준 미비 △내부통제위원회 구성의무 위반 등이 해당됐다.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 금감원은 법리검토 등을 거쳐 추후 제재절차를 진행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사모펀드 성격의 DLF의 경우 사전에 신고하는 금융상품이 아니지만 지난해 금감원이 미스터리쇼핑을 통해 은행의 파생결합상품 판매와 관련한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대책마련과 모니터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김동성 금감원 부원장보는 “내부적으로 (감독당국의) 모니터링 체계를 정비하지 않았냐는 지적은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금감원의) 적은 인력으로 모든 것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가입금액을 5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금융소비자 보호보다는 자본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금융정책이 DLF사태의 토대가 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결과 파악된 소비자보호 취약요인과 제도적 미비점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금융위 등 관계기간과 협의할 예정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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