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창간26주년 기획 | 촛불3년,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조국 사퇴=개혁동력 상실' 찬반 팽팽

2019-10-08 11:22:29 게재

진보 10명 중 4명 조국 거취·사법개혁 분리 태도 … 진보 57.9% 동의, 보수 56.8% 비동의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와 문재인정부 사법개혁 추진을 동일시 하는 입장에 대해 진보층 10명 중 4명이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사 앞에서 벌어지는 촛불집회에 등장하는 '검찰 개혁-조국 수호' 구호에 대해 진보층 내부의 우려와 이견이 적잖음을 보여준다.

'촛불'로 외쳐보는 검찰개혁 |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역 사거리에서 열린 '제8차 검찰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촛불과 손팻말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의 '내일신문 창간 특별기획' 조사 에서 '조국 장관이 사퇴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추진 동력을 잃게 된다' 의견에 응답자의 44.5%가 동의, 47.7%가 비동의 의사를 밝혔다.

이념지형별로는 진보층과 보수층의 태도가 팽팽하게 맞섰다. 진보층은 57.9%가 동의한 반면 보수층은 56.8%가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진보적 이념 성향 시민이 다수 참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서초동 촛불집회에선 '조국 수호' 구호와 함께 '내가 조국이다' '이번에는 지지 않는다' 등의 문구가 등장한다.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관련해 과도한 수사에 대한 항의와 사법개혁에 대한 열망을 상징화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념적 진보층의 57.9%는 조 장관의 사퇴가 문 대통령의 개혁추진 동력과 직결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사법개혁이 적임자로 내세운 조 장관을 앞세워 확실하게 밀고 가야 한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또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과도한 수사가 검찰개혁을 막기 위한 사법기득권의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조 장관이 사퇴하면 사법개혁도 무산된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38.8%는 두 사안을 분리하는 입장을 취했다. 조 장관의 의혹에 대한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해 처리하고, 문재인정부의 사법개혁은 그것대로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조 장관의 거취로 사법개혁이나 개혁추진 동력이 상실되어서는 안된다는 우려와 기대가 함께 포함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서초동 촛불과 관련해 검찰개혁을 '조국 수호' 구호로 압축하는 것은 본질을 흐릴 우려가 있다는 주장과도 맞닿아 있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두 사안에 대한 동일시 입장에 56.8%가 비동의 입장을, 38.3%가 동의 입장을 취했다.

조국 장관과 개혁추진 동력 상실을 동일시하는 태도가 전체 평균에 근접하게 나온 점이 눈에 띄인다. 보수성향의 응답자가 문재인정부의 개혁동력 상실을 나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으로 유리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 장관의 거취와 개혁동력 상실 분리에 대한 지지정당별 입장은 이념성향에 따른 태도와 유사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64.9% 정의당 지지층은 58.6%가 동의입장을 표명했다. 반대로 민주당 지지층에서 29.4%, 정의당 지지층에서 38.6%는 두 사안의 분리 태도에 동의했다.

이지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보수와 진보가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세 싸움을 벌이면서 조국퇴진과 조국수호를 크게 외치고 있다"면서 "'사법개혁을 추진할 사람이 조국밖에 없느냐'는 민심이 상당히 존재하며 이들이 총선을 앞둔 향후 정국에 의미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본 조사는 내일신문 창간기념으로 '촛불 3주년'을 맞이한 한국사회를 진단해보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한국리서치가 조사를 수행하였다.

조사방법은 유무선 혼합 임의전화걸기(RDD)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CATI)였다. 조사 표본은 행정자치부 '주민등록인구현황' 2019년 9월 기준 성별/연령별/지역별 인구구성비에 따라 비례 할당한 후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조사는 2019년 9월 26일부터 10월 2일까지 진행되었으며, 표본은 1200명으로 조사의 최대허용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8%p였고, 응답율은 14.4% (유선 9.1%, 무선 16.6%)였다.

2019년 창간기념조사 일부 문항은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2017년 신년기획조사와 2017년 11월 '촛불 1주년'기념 기획조사와 비교·분석되었는데, 2017년 신년조사는 2016년 12월 26일부터 28일까지 한국리서치가 조사를 진행했고 표본은 1200명이었으며, 2017년 '촛불 1주년'기획조사는 ㈜서베이몹이 조사를 진행했고 표본은 1098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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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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