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쿡' 파산, 글로벌 회계법인에 불똥

2019-10-10 11:29:17 게재

영국 규제당국, PwC·EY 조사할듯 … 토마스 쿡, 이례적 회계처리방식 드러나 비용 증가

178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행사인 '토마스 쿡'의 파산과 관련해 영국 회계감사규제당국이 외부감사를 맡았던 PwC와 EY를 조사할 예정이다.

영국의 대형기업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주로 이들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글로벌 빅4 회계법인들이 부실감사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토마스 쿡 사태가 또 한 차례 중대한 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4일 스페인의 유명 관광지인 마요르카 섬 팔마 국제공항에 위치한 여행그룹 '토마스 쿡'의 사무실 앞. 영국 정부는 토마스 쿡의 파산 이후 해외에 발이 묶인 자국민들을 본국으로 수송하는 일을 진행했다. AFP = 연합뉴스


PwC는 토마스 쿡의 외부감사를 2008년부터 맡았고 2017년부터는 EY가 새로운 외부감사인으로 감사업무를 진행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와 파산관리청(IS)은 토마스 쿡에 대한 조사와 집행절차에 들어가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영국 의회는 토마스 쿡의 파산으로 인한 비용이 10억파운드(한화 1조46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되자 토마스 쿡의 회계처리 관행과 경영진 급여, 감사인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의회의 기업에너지산업전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토마스 쿡 그룹의 최고경영자인 피터 팽크하우저 뿐만 아니라 의장과 재무이사, 감사인 등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레이첼 리브스 의장은 "토마스 쿡 파산으로 인해 기업 탐욕에 대한 안타까운 내면이 밝혀질 것이며, 토마스 쿡 경영진의 행동 및 스튜어드십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감사를 맡은 EY는 올해 5월 토마스 쿡의 신규자금조달 협약과 관련해 "계속 기업에 대한 중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중간 보고 결과를 밝혔다. 당시 토마스 쿡은 3억파운드 규모의 신규 대출협약을 체결했다고 공개했다.

FRC의 조사권한은 토마스쿡의 감사인과 회계전문가기구에 등록된 비전업회계사 등을 조사하는데 그친다. 따라서 경영진 등에 대한 조사는 영국 의회에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토마스 쿡 이사회 두 명의 사외이사는 회계전문가협회에 등록된 회원이며 지난해 11월 사임한 전 CFO인 빌 스콧 역시 FRC의 조사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토마스 쿡 파산과 관련해 회계법인에게 1000만파운드까지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개별 회계사는 징계와 업무정지 등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FRC는 대형 회계법인에 4300만파운드의 벌금을 부과했다. 전년 보다 3배 늘어난 수치다.

EY와 PwC는 토마스 쿡 조사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토마스 쿡은 이례적인 회계처리 방식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EY는 지난해 회계장부에서 이례적으로 처리된 비용항목과 관련해 토마스 쿡 경영진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EY는 이사들에게 "개별적으로 공시된 항목의 확인 및 승인에 대한 프로세스를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토마스 쿡의 CFO를 맡게 된 스탠 다우가드는 이례적인 항목을 공시하는 방법을 검토했다. 해당 금액은 지난해 1억400만파운드에서 작년 1억5000만파운드로 증가했다.

토마스쿡은 사업의 전환과 항공기의 비정상 운항과 관련된 2800만파운드의 비용을 연차보고에서 '비이례적'인 것으로 재분류했다. 해당 비용으로 인해 수익이 5800만파운드 하락했으며 수익 경고 상황이 발생했다.

또한 2007년 마이트래블 인수와 관련된 영업권의 회계처리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중간보고에서 토마스 쿡은 해당 거래에 대한 영업권 11억파운드를 상각했는데, 같은 시기에 12억파운드의 부채가 드러났다.

토마스 쿡은 2012년 이후 매년 1억7000만파운드를 부채 상환에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부담하기 위해서는 매년 휴가에 300만명의 고객을 유치해야 했다.

파산관리청(IS)는 토마스 쿡 경영진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으며 금융행위감독기구(FCA)는 토마스 쿡을 사칭해 고객의 개인·재무정보를 요구하는 스팸 전화에 대해 경고했다. FCA는 "범죄자들이 청산절차에 들어가는 토마스 쿡을 고객들의 돈을 빼앗는데 악용하고 있다"며 "은행 또는 재무서비스 제공기관은 절대로 갑자기 연락해 핀·비밀번호를 요구하거나 또는 돈을 다른 계좌로 옮길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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