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텍대학, 직업교육 새 길을 찾다│⑥ 서울강서캠퍼스

패션·장신구에 IT기술을 입힌다

2019-10-14 11:40:32 게재

융합교육으로 창업까지 가능 … 자치단체 지원 프로젝트형 교육 첫발

#1. 한국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에 재학 중인 A씨(데이터분석과)는 빅데이터 분석, 코딩 기술로 패션산업 트렌드를 분석하는 프로젝트 실습을 기획했다. A씨는 얼마 전 프로젝트 과제를 하다 도움을 받았던 B씨(패션디자인)를 만나 공동실습을 제안했다. 두 사람은 최근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원피스를 디자인 한 후 CAD 등을 활용해 가상의 제품을 제작하고 증강현실(AR) 기술을 기반으로 가상 소비자에게 입혀보기로 했다.

#2. 서울강서캠퍼스에 다니는 C씨(주얼리디자인과)는 최근 학교 친구들과 졸업하고 3년 동안 각기 전공분야에서 현장을 경험하고 다시 모여 창업하기로 했다. 프로젝트 실습을 함께 한 다양한 전공의 친구들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C씨의 미래 공동창업자는 D씨(스마트금융과)와 E씨(디지털콘텐츠학과) 등이다. 사업은 C씨가 보석 등 장신구를 디자인해 제작하면 F씨가 디지털 홍보 콘텐츠 제작해 D씨가 구축해 놓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서울강서캠퍼스는 최근 다양한 학과 학생이 한 곳에서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 실습을 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기술(IT)과 디자인 융합분야로 특화한 러닝팩토리(통합실습장)를 개관했다. 러닝팩토리에는 빅데이터실, 디자인실, 3D프린팅실, 콘텐츠제작실, 촬영스튜디오실, 유튜브실 등 공정 단계에 따라 전문 장비를 비치했다. 이 공간에서 데이터분석과 학생이 빅데이터 분석·코딩 기술로 패션산업 트렌드를 분석하고, 패션·주얼리디자인과 학생은 기획한 디자인을 CAD·3D프린팅을 활용해 시제품으로 제작해볼 수 있다. 또 제품 패키지 디자인, 홍보 콘텐츠 제작이나 쇼핑몰 구축에는 시각정보디자인·디지털콘텐츠·정보보안과 학생도 함께 참여할 수 있어 학과 간 융합 실습이 가능하다.

패턴 CAD를 활용한 3D패턴 제작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폴리텍대학 제공


서울강서캠퍼스 러닝팩토리는 자치단체가 결합한 사례다. 학교는 서울시로부터 3억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약 617㎡ 규모의 공간을 리모델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관식에서 "시민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현하는 창작공간이자 혁신 창업의 거점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러닝팩토리가 △지역 내 공공·민간 직업훈련기관 수료자 대상의 취업역량 강화 원스톱서비스 제공 △청소년 진로체험 활동 등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교측은 러닝팩토리가 학과 간 벽을 허물어 4차 산업시대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몇몇 학과에서는 학생들이 학과 사이의 벽을 허물어야 가능한 융합형 프로젝트 실습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본격적인 융합실습은 전문대학(80학점)보다 높은 폴리텍대학의 이수학점이(108학점)이 90학점으로 낮아지는 내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그동안 폴리텍대학은 실습중심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일반 대학에 비해 이수학점이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시대에 맞는 교육과정을 도입하기 위해 교수중심 수업을 줄이고 학생들 스스로 팀을 꾸려 프로젝트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추진한다.

노정진 서울강서캠퍼스 학장은 "초지능화, 초융합화, 초연결화 되는 융합기술혁신 시대에 산업변화와 현장중심의 기술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직업교육의 변화 혁신은 필연적 과제"라며 "우리 캠퍼스는 쉽게 융합할 수 있는 학과들이 대부분이라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학생과 아직 취업을 못한 졸업생 그리고 중고교생에게 개방할 것"이라면서 "러닝팩토리를 활용한 교육과정이 안착되면 관련 기업들과 산학협력을 강화하는데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친화형 캠퍼스 조성 = 자동차·기계·산업설비 등 기간산업 위주 학과를 운영하던 서울강서캠퍼스는 상대적으로 직업교육이 필요한 여성인구가 많은 수도권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2015년부터 여성친화캠퍼스로 전환했다. 학과 신설, 이전·재배치를 통한 여성친화 직종 과정을 운영해 여성의 직업능력개발 참여 기회를 확대한 것이다. 현재 서울강서캠캠퍼스는 △데이터분석, 디지털콘텐츠, 의료정보, 주얼리디자인, 패션산업, 패션디자인 등 2년제 학위과정과 △정보보안, 스마트금융, 출판편집디자인 등 하이테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분석 정보보안 스마트금융 등 신산업분야 학과들은 패션 주얼리 분야와 결합해 러닝팩토리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데이터분석과는 폴리텍대학 중 유일한 빅데이터 전문학과로 데이터 수집·저장·처리·분석·시각화 교육을 실시한다. 또 블록체인 분야도 공부한다. 정보보안과는 보안개발자, 보안엔지니어, 보안관제 등 정보보안전문가를 양성한다. 지난해 취업률은 83%였다. 금융, ICT, 데이터분석 기술을 융합한 핀테크 분야 개발자를 양성하는 스마트금융과도 취업률이 88%에 달했다.

노 학장은 "신산업분야 인력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적성에 맞는 사람이 교육과정만 재대로 이수한다면 취업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학과 외에도 패션 미디어 분야 학과들도 IT를 접목하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직업훈련과 차이가 있어 수요가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문대 졸 이상 학력이 필요한 하이테크 과정의 경우 전공불문,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인문과 기술의 융합성격이 강한데다 개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분야라 문과 출신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학교 관계자는 "프로그램 언어 등을 새로 공부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10개월 교육과정을 마무리하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한다"면서 "평균 학교 시간이 밤 11시일 정도로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성과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교육도 = 또한 서울강서캠퍼스는 여성친화형캠퍼스에 걸맞게 옷수선고급, 병원매니저CS, 산업애니메이션 등 여성재취업과정도 운영한다. 이 과정들은 경제활동을 중단했거나 경험이 없는 여성에게 3~6개월 과정으로 3D프린팅·IT 등 분야와 여성친화 직종을 교육하고 있다. 학생 선발은 면접으로 이뤄진다. 취업률도 2016년 55.3%에서 2017년 57.1%, 2018년 59.0%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 외에도 신중년 특화과정으로 요양보호사를 양성하는 시니어헬스케어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 연령층이 많으며 대졸자도 상당수"라면서 "폴리텍대학에서 1~2군데 밖에 없는 특성학과들이라 자기색이 있는 학생들이 주로 온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에 대한 열정이 커 중도 탈락자가 거의 없어 눈높이를 맞출 경우 대부분 취업에 성공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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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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