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례 수술 후 사망, 법원 "의료진 과실"

2019-10-16 11:48:39 게재

1차 수술시 합병증이 원인

췌장암을 진단받은 70대 환자가 병원에서 3차례 수술을 받은 뒤 사망했다. 민사소송 결과 의료진의 과실이 드러나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9단독 김도현 부장판사는 권 모씨 유족들이 가톨릭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권씨(1937년생)는 췌장암 의심소견을 받고 2016년 말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고령이었지만 퀵서비스에 종사할 정도로 건강상태도 양호했고, 특별한 질병도 없었다.

병원 의료진은 권씨에게 담도암으로 진단한 뒤 담즙을 몸밖으로 빼내는 시술(담도배액관 관리)을 하고 사흘 뒤 췌십이지장(이자와 그 근처 십이지장)을 절제하는 1차 수술을 실시했다.

애초 1차 수술은 십이지장이 시작하는 부위부터 췌장, 담도 등을 절제하고 남은 부분을 빈창자(공장)에 차례대로 연결했어야 한다. 하지만 의료진은 췌장을 공장에 바로 연결했다. 이후 위 곳곳에서 출혈이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된 의료진은 1차 수술을 한 지 열흘 정도 지나 2차 수술을 실시했다. 1차 수술때 남겨둔 위와 췌장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이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의료진은 3차 수술까지 했다. 하지만 3차수술을 마친 뒤 일주일가량 지난 권씨는 감염에 의한 패결성 쇼크로 사망했다.

권씨 유족들은 "의료진이 1차 수술전 실시한 담도배액관 삽입이나 관리를 잘못해, 담도 출혈을 일으켰다"며 "의료진은 1차 수술에서 출혈 원인을 찾지 못하고 소화성 궤양으로 잘못 진단한 뒤 사후 처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1차 수술후 합병증으로 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2차 수술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의 과실은 물론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1차 수술후 의료진은 출혈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패혈성 쇼크로 권씨가 사망했다고 추정할 수 있고,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한의사협회가 권씨의 수술 기록을 감정한 결과 1차 수술에서 출혈 양상이 흔치 않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의협은 감정결과 1차 수술로 담즙에 혈액이 있다는 것은 어떤 외상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로 인해 담도배액관이 간문맥(위장 등이 흡수한 영양성분을 운반하는 혈액)을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도 "1차 수술 후 발생한 출혈은 사망률이 가장 높은 합병증"이라며 "의료진의 담도배액관 관리 잘못으로 간문맥 출혈 등이 더해져 권씨가 사망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1차 수술 후 2차 수술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사망 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 된다"면서도 "1차 수술 후 출혈이 발생했을 때 처치방법을 설명하면 충분하다"며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해 위자료 9000만원과 장례비 일부인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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