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프트웨어 없이 4차산업혁명은 없다

2019-10-18 10:00:00 게재
이점식 포항테크노파크 원장

매출액 117억달러인 테슬라(Tesla) 주가총액은 매출액 1470억달러인 GM의 10배가 넘는다. 하지만 테슬라는 2017년 22억달러 적자를 본 반면, GM은 영업이익이 100억달러를 넘었다. GM에 비해 매출액이 1/10에 불과하고 적자를 내고 있는 테슬러 주가가 이처럼 높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테슬러가 4차산업혁명의 한 분야인 자율주행차 개발의 선두주자였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이란 용어는 불과 3년 전인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등장했지만, 이제 4차산업혁명을 빼고는 지구촌 경제를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또 4차산업혁명의 경쟁에서 도태되는 나라는 더 이상 지구촌 리더가 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SW는 산업융합의 기반

4차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들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의 근원에 소프트웨어(SW)가 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SW는 사실 4차산업혁명이 논의되기 훨씬 이전부터 모든 산업과 융합되어 기존산업과 신산업을 디지털 기반 산업으로 변모시켜 왔다. 최근 포스코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생산시설을 스마트팩토리화시켜 세계경제포럼으로부터 등대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간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4차산업혁명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SW의 현주소는 매우 열악하다.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규제로 반도체 업계가 휘청이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SW기술의 외국종속이다. 특히 산업현장에서의 SW 현황은 매우 초라하다. 예컨대 산업용 로봇밀도 세계1위, 제조로봇 세계 5위권 수준의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경우 핵심SW는 독일 미국 등 외국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SW인재양성 시스템도 일본 등에 비해 많이 낙후돼 있다. 초중고 SW의무교육, SW중심대학 등 나름대로의 SW교육기반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SW를 가르칠 교사가 없어 수업진행이 안되는 학교가 등장하는 등 내실은 없다. 최근 국가흥망성쇠를 좌우할 키워드로 부각된 인공지능에 관한 SW교육은 더더욱 준비가 부족하다.

최근 일본은 AI와 관련해 최상위 인재부터 초등생까지 단계별로 맞춤실무교육을 위한 중장기로드맵을 마련했다. 일본 ‘AI전략 2019’에 따르면 매년 초중고생 100만명, 대학생 50만명, 전문 실무인재 25만명, 2000명의 전문가, 100명의 최고수준 인재가 양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SW에 눈을 돌려야할 때다. 무엇보다 SW산업 특수성을 고려한 국가차원의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근로조건 규제타파다. 낮밤, 토일요일 구분없이 집중해서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SW개발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주 52시간 근무 등 근로의 제약을 풀어주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둘째, SW벤처기업들에 대한 인큐베이팅 기능과 스케일업 기능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특히 민간영역에서 엑셀러레이터들의 질적 성장이 절실한데 민간 엑셀러레이터들에게 자금유입이 좀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제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수요처가 없어 사장되는 SW 신규아이템과 부족한 기술실증테스트로 인해 사라지는 SW기술들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대책이 있어야 한다. 넷째, SW인재육성을 위한 중장기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다시 SW에 눈을 돌려야할 때

최근 포항테크노파크 주도로 경북 안동에서 해커톤대회를 치룬 바 있다. 15세에서 49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75개팀 400여명이 참가한 열정이 넘치는 대회였다.

해커톤대회를 치루면서 느낀 것은 여건과 환경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우리나라도 어렵지않게 4차산업혁명의 글로벌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SW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신속히 대비책을 마련한다면 우리 대한민국이 지구촌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등대가 되는 날이 멀지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