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텍대학, 직업교육 새 길을 찾다│⑦ 김제캠퍼스

신산업 반영 학과 개편으로 경쟁력 강화

2019-10-21 11:25:01 게재

지역 산업구조 개편에 따른 인력수요 맞춰 … 실습위주 교육, 재학 중 자격증 획득

#1. 어려서부터 노래하고 작곡하는 것을 좋아했던 김범길씨는 지방 4년제 대학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다. 2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했던 그는 전역 후 복학을 포기한다. 음악을 하는데 꼭 학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그는 서울에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음악으로 생계수단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절감한다. 김씨는 경제적인 문제와 창작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찾기로 한다. 기술자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김씨는 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컴퓨터응용기계과에 진학한다. 김씨는 졸업 후 현장 경험을 쌓아 '명장'으로 발돋움한 후 창업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음악 활동도 전업이 아닌 취미 활동으로 계속할 생각이다.

#2. 인문계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합격했던 A씨는 19살에 결혼해 아이가 있다. 그는 대학은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에 전문대학에 진학하기도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한 학기 만에 자퇴했다. 진로 문제로 고민하던 A씨에게 장인이 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전문기술과정(생산자동화과) 진학을 권했다. 1년간 공부하면서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고 판단한 그는 수료 후 김제캠퍼스 2년제 학위과정(메카트로닉스과)에 진학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그는 한국기술교육대학 편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직업교육훈련 면허 취득하고 기업에서 현장경험을 쌓은 후 폴리텍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겠다는 목표를 정한 그는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내고 있다.


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는 유사·중복 학과 통폐 등 신산업수요를 반영한 학과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공묵 김제캠퍼스 학장은 "폴리텍대학의 장점은 학과·교육과정 개편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는 것"이라며 "학문을 하는 인재가 아니라 산업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때문에 산업구조와 기술변화에 민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컴퓨터응용기계과에 재학 중인 김범길씨가 최근 개장한 러닝팩토리(L F)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폴리텍대학 제공


◆인문계 고교 출신도 문제없어 = 김범길씨가 평생직장을 꿈꾸며 선택한 컴퓨터응용기계과(응용기계과)도 대표적인 사례다. 응용기계과는 금형디자인과와 기존 컴퓨터응용기계를 통합해 기계시스템 계열로 특성화해 기계시스템 운영·보수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물론 초정밀 기계가공과 IT융합 부품가공 등에 대한 교육은 기본이다.

교육과정은 △제품디자인과 절삭가공 이론 △CAD·CAM 시스템을 활용한 2·3D 모델링 △역설계 기술로 기계부품 설계 △3D 프린터와 CNC 기계가공을 통한 시제품 제작 등으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재학 중 컴퓨터응용가공산업기사, 기계설계산업기사, 산업안전기사, 기계정비산업기사, 기계조립산업기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한다.

김선범 컴퓨터응용기계과 교수는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들 대부분은 전공분야 산업기사 자격증을 2개 이상을 갖고 졸업한다"면서 "최근에는 융·복합 시대에 걸맞게 다른 전공 자격증 시험에 도전해 합격한 학생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메카트로닉스과는 지역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전기·전자·기계분야를 융합한 사례다. 김제캠퍼스는 로봇시스템과 산업용 자동화 기술을 특성화해 스마트공장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한다. 메카트로닉과의 경우 지역전략산업 분야를 타깃으로 탄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북지역을 농업용 로봇분야를 중심으로 특화하고 있다. 또 전북도는 자동차부품 등 주력산업 고도화를 통한 고용·생산을 증대하기 위해 스마트 공장을 확산해 나가고 있다.

또한 김제캠퍼스는 직업계고나 산업현장 출신 학생과 함께 공부하는 인문계 고교 출신들에 대한 배려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융합 학과들의 경우 인문과 기술의 융합 성격이 강한데다 개인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분야라 문과 출신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김범길씨는 "처음에는 공학 용어 같은 것을 몰라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교수들의 눈높이 교육 덕분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면서 "우리 대학의 경우 다른 학교들에 비해 나이가 많거나 직업교육을 받는 적이 없는 학생들이 많아 용어나 이론을 풀어서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통합 실습장으로 새로운 도전 = 최근 김제캠퍼스는 학과 간 칸막이를 없앤 최첨단 통합 실습장인 러닝팩토리(LF) '융합 Technical Center'를 개관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LF는 모든 과정이 1개 실습실에서 동시에 이뤄진다. 기존 단일학과, 단일공정 운영에서 벗어나 여러 학과의 학생이 한 곳에 모여 프로젝트 실습을 할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은 협력기업 시제품 생산과정에 참여해 제품 개발과정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게 됐다.

LF는 컴퓨터응용기계과를 비롯해 5개 학과가 함께 사용한다. 김범길씨는 "교수들의 도움을 받아 학과 친구들과 작은 로봇을 하나 만들었다"면서 "내년에는 다른 학과 친구들과 협력해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로봇 제작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제캠퍼스는 LF를 △학과 간 융합 프로젝트 실습 △기업과 창업자 시제품 제작 지원 △청소년 직업체험 프로그램 활동 지원 △산학 기술·인적자원 교류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 학장은 "LF는 교육과정을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융복합 기술인재 양성으로 특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내년부터는 모든 학과 학생들이 LF에서 진행하는 융합교과를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LF를 재학생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개방해 기업·시민들과 상생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20개 기업체와 맞춤형 인력양성을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제캠퍼스는 용접·배관·보일러 분야 베이비부머과정도 운영한다. 베비부머과정의 평균 취업률은 60% 이상이다. 또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가죽공예&인터넷창업' 과정도 운영한다. 여성 재취업과정은 만 18세 이상 여성 실업자와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재취업과 경력 전환을 돕는다. 교육생들은 3개월 동안 가죽공예, 인터넷창업, SNS마케팅 등의 교육을 수료 후 인터넷창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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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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