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현대모비스 물량 밀어내기 사건' 패소

2019-10-28 12:15:18 게재

피해 대리점 법정서 '침묵'

익명 설문조사서는 진술

실명 법정진술은 '거부'

공정거래위원회가 형사고발 등 강도 높은 제재를 내린 '현대모비스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사건'에서 패소했다. 형사 사건에서는 현대모비스 임원들에 대해 무혐의 결정이 내려진 데 이어 행정소송마저 패소했다.

공정위 완패의 핵심 요인은 피해 대리점들의 '침묵'이었다. 공정위 조사에서는 현대모비스의 갑질 피해를 진술했던 대리점들이 검찰과 법원에서는 제대로 진술하지 않았다. 익명과 실명의 차이였다.

28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현대모비스가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에서 현대모비스가 승소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공정위는 앞서 작년 2월 대리점에 부품을 강매하는 '밀어내기식' 영업을 한 혐의로 현대모비스에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현대모비스 법인과 전호석 전 대표이사, 정태환 전 부품영업본부장은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을 2013년 처음 접수한 뒤 무려 5년간 조사를 벌인 끝에 제재를 결정했다. 당시 공정위는 현대모비스가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4년간 과도한 매출 목표를 설정하고 1000개 대리점에 부품을 강매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위원장 시절 시장질서를 흔드는 기업에는 법인뿐 아니라 임원 등 개인에 대해서도 형사고발을 하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힌 이후 첫 사례여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작년 11월 현대모비스 임원들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가 1000여개 현대모비스 대리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을 때 400여개대리점이 응답했고, 공정위는 설문조사에서 부품 밀어내기가 있었다고 답한 대리점들의 응답 내용을 증거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상당수 대리점이 검찰에서 피해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거나 검찰 출석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모비스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대리점들의 설문조사가 문제가 됐다. 공정위가 법원에 제시한 이들 대리점의 응답서에는 대리점주의 실명이 들어가지 못했다. 현대모비스와 계속 거래를 해야 하는 을의 입장에서 실명으로 나설 대리점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은 실명이 없는 설문조사 내용은 증거 능력이 없다고 보고 현대모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심리도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다.

대형 사건이 심리불속행으로 끝난 데 대해 공정위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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