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황유 가격상승, 선사 리스크

2019-10-30 11:38:49 게재

2020년 규제 코앞 선사·화주 비용 증가 … 급유시설 부족, 부정기선 타격

2020년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따라 저유황유를 써야하는 부정기선은 급유시설 부족으로 리스크를 안고 항해해야 한다. 저유황유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선사와 화주들의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운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발틱국제해운거래소(BIMCO) 마이클 룬트 사무차장은 29일 "하루 200만배럴 이상의 저유황유가 필요한데 급유장소가 일정하지 않은 부정기선의 경우 저유황유 공급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20년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따라 해운시장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선박연료유 가격급등에 따른 고비용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한국선주협회와 BIMCO가 29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공동 개최한 황산화물 배출규제 세미나에서 나온 지적이다.

국제해사기구(IMO)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따라 2020년부터 모든 선박은 황함유량 0.5% 이하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연료에서 황을 제거하는 스크러버를 설치해야 한다. 스크러버 설치는 초기 투자비용이 커 대부분 오래된 선박들은 저유황유를 사용할 예정인데, 저유황유 가격상승과 공급부족으로 선사들의 경영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웨이장 BIMCO 아시아담당 사무차장은 "저유황유 가격급등에 따른 비용문제도 심각하지만 스크러버 설치와 관련해서도 작동상태가 양호한지, 설치비용은 누가 지불하는지, 필요한 연료의 등급이나 사양은 양호한지 등 검토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저유황유 사용에 대한 품질과 기술적 문제점도 우려된다. 이태훈 한국선급 책임검사원은 '0.5% 저유황유 사용에 따른 기술적 문제 및 해결방안'에 대해 초기투자비용과 복잡한 운용방법,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 등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저유황유 사용에 대해서는 비싼 가격과 표준품질이 없다는 점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저유황유 공급 상황에 대해 박진호 대한석유협회 환경정책팀장은 "로테르담 기준 고유황유 가격은 현재 톤당 420달러 수준에서 2020년 280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반해 저유황유 가격은 현재 톤당 640달러에서 2020년 650달러로 견고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팀장은 또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저유황유 수요증가에 대비해 고도화 설비를 통한 자체생산, 경유 블렌딩 등을 통해 공급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선주협회는 세미나에서 나온 문제점 등을 분석해 대책 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저유황유 사용에 따른 연료비 추가비용과 관련해 대량화물의 경우 화주가 부담하기로 이미 협의가 됐고, 컨테이너화물에 대해서도 12월부터 합리적 수준의 할증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제반절차를 밟고 있다"며 "국내외 화주들이 상생발전과 협력 차원에서 할증료부과에 적극 협력하여 줄 것"을 요청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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