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공공도서관 위탁운영 대부분 … 일자리 '불안정'

2019-11-04 11:57:14 게재

사서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 … 이용자들로부터 '폭언' 67.9%, '성희롱·성추행 경험' 14.9%

서울 지역 공공도서관 사서 중 비정규직은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3년 이상 5년 미만이 돼서야 200만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시의회 서소문별관 제2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구립도서관 노동실태와 개선방안 정책토론회-구립도서관에서 일한다는 것'(토론회)에서는 이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서울시 구립도서관 고용·노동 실태와 정책과제'가 발표됐다. 발표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수행하고 있는 서울도서관의 연구용역 과제 '서울시 공공도서관 위탁 및 고용실태조사' 보고서(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발췌, 공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서울도서관의 '서울시 공공도서관 위탁 및 고용실태조사'는 사서의 고용실태에 관한 첫 조사다.

토론회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악·노원구립도서관분회, 권수정 서울시의원이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150여명의 사서와 관심 있는 시민들이 함께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시의회 서소문별관 제2대회의실에서 '서울시 구립도서관 노동실태와 개선방안 정책토론회-구립도서관에서 일한다는 것'이 열렸다. 사진 이의종


◆서울 사서 평균 월 임금총액 229만원 = 서울지역 공공도서관은 대체로 위탁 운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 운영을 할 경우 사서들은 비공무원 신분으로 위탁기관에 소속돼 일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처우가 낮다. 위탁기관에 소속된 정규직이라 할지라도 도서관 사업을 위탁하는 기관이 바뀔 경우 고용승계 등의 문제가 불거지거나 고용이 승계된다고 하더라도 임금이 삭감될 가능성이 있는 등 안정적인 일자리라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 21곳인 반면 위탁 운영을 하는 곳이 146곳으로 9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공공위탁은 94곳이며 52곳은 민간위탁으로 나타났다. 공공위탁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재단, 법인이 민간위탁의 경우, 민간재단, 학교법인, 종교법인, 민간법인, 민간이 위탁운영을 하고 있었다.

또 서울 지역 공공도서관 사서는 1640명이며 이 중 비정규직은 42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은 1046명이었으며 무기계약직은 167명이었다. 공무원과 비공무원 사서 통계도 공개됐다. 공무원 신분 사서는 468명이었으며 비공무원 신분 사서는 1172명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신분의 사서 중 정규직 사서는 404명, 임기제는 20명, 시간제는 44명이었다. 비공무원 신분 사서 중 정규직 사서는 642명, 무기계약직 167명, 기간제 106명, 시간제 63명, 초단시간제 194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기준 서울지역 공공도서관 사서들의 평균 월 총액임금은 229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미만의 경우 182만원을, 3년 미만의 경우 192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월 총액임금은 3년 이상~5년 미만이 돼서야 204만원으로 200만원이 넘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1년차의 경우 180만원이 월 임금총액인데 최저임금보다 8만원 더 받는 것이며 3년에서 5년을 다녀야 월 임금총액이 200만원이 넘어가는 등 상당한 저임금 체계"라면서 "또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사서들이 194명인데 이들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가장 안 좋은 방식의 인력 충원"이라고 지적했다.

김삼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공공부문에서 도서관 사업을 운영하더라도 지자체장의 의사에 따라 수탁기관이 변경될 우려가 크고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럴 경우 퇴직금, 승진이나 승급 요건 등 근속연한에 따른 제반 조건이 승계되지 않는다거나 임금체계의 변경을 통해 임금이 삭감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직장생활 만족도 42.6점 = 사서들은 직접 시민들을 만나 대출·반납, 정보서비스 등의 업무를 하는 만큼 이용자들로부터 폭언, 폭행, 성희롱 등에 노출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지역 공공도서관 사서의 67.9%는 폭언을, 48.4%는 업무상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4.9%는 성희롱·성추행을, 3.7%는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이에 따라 사서들의 직장생활 만족도는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서들의 직장생활 만족도는 100점 만점 기준 42.6점으로 나타났다. 직장생활 만족도가 가장 낮은 집단은 주임·대리급으로 39.2점으로 나타났으며 운영방식에 있어서는 공공위탁 재단의 경우 39.3점으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임금 수준 만족도는 31.7점, 인사 승진 만족도는 29.8점이었다. 특히, 만족도가 낮은 인사 승진 관련, 사서 중 29.1%만이 인사승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3.9%만이 승진전망·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사서 10명 중 4명은 1년 이내 이·퇴직 의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퇴직을 고려하는 주된 이유로는 '저임금'이 48%, '계약기간이 정해진 비정규직 일자리여서'가 28.6%, '신체적 피로도가 높아서'가 28%로 나타났다.

김 부소장은 "직장생활의 만족도가 3교대로 근무하는 간호사들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인사 승진은 업무에 대한 보상인데 이와 같은 가능성이 적은 것도 직장생활 만족도가 낮은 것과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폭언 경험도 환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간호사들보다 높은 수준으로 사서들이 일터에서 폭언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내일신문 유튜브 '송현경 기자의 도서관홀릭'에서 '구립도서관에서 일한다는 것' 토론회 동영상(51분 내외)을 볼 수 있습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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