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이야기, 역사교과서에 넣어주세요"

2019-11-06 11:20:37 게재

중학생, 청와대 국민청원 올려 … "교과서에 없어 학생들 인식 부족해"

시민사회도 호응 "취업 빌미로 반인도적 범죄 저지른 일제 만행 알려야"

한 중학생이 역사 교과서에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국민청원을 올려 관심을 받고 있다. 경기도 모 중학교 3학년인 청원자는 청소년연합동아리 '더블'에서 활동하면서 1학년 때부터 근로정신대 할머니의 고단한 삶을 알리는데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 대해 교과서에 써주세요'라는 청원 글을 올렸다. 이어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 교과서에 일제강점기 피해자 중 근로정신대 할머니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이 없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 심선애 할머니가 지난 2월 2차 소송 원고로 대법원 판결 기다리다 별세했다. 사진 근로정신대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청원자는 "교과서에조차 언급되지 않아 많은 학생들이 근로정신대와 일본군 위안부를 혼동할 만큼 인식이 부족하다"며 "교육현장에서 쓰이는 다른 역사 교과서에도 강제 동원 탄광 노동자, 학도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설명은 있지만, 근로정신대 관련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행 중학교 역사교과서에는 '중·일전쟁 이후 일제는 국가 총동원법을 제정하여 지원병제, 징병제 등으로 청년들을 전쟁터로 끌고 갔으며, 전쟁 막바지에는 어린 학생들까지 강제로 동원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일본 등으로 끌려가 탄공이나 군수 공장에서 혹사당하였다. 일부 여성들은 전쟁터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만 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런 짤막한 내용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와 근로정신대 문제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청원자는 "당시 일본 군수물품 공장에 징용돼 제대로 된 임금도 못 받고 하루 10시간 가까운 노동을 했던 엄연한 피해자"라면서 "1999년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첫 손해 배상 소송 이후 대법원 상고가 진행 중이지만 해결 안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원자는 또 "원고 피해자 할머니 8분 중 2분이 돌아가셨고 나머지 할머니들도 힘겹게 싸우고 있다"며 "대한민국 학생들이 근로정신대 문제를 학교에서 배우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에는 6일 오전 10시까지 모두 250명이 동의했다.

청원 동의자는 "감동 글 잘 읽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겼고, 다른 동의자는 "일본의 만행 앞으로 역사를 배울 내 자식도 알아야합니다"고 응원했다.

청원이 관심을 받으면서 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단체인 근로정신대와 함께하는 시민모임도 중학교 교과서에 관련 내용이 기록되도록 여론형성에 나설 방침이다.

이국언 근로정신대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청원인과 비슷한 또래 여학생들에게 취업 등을 빌미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던 일제 만행을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며 "우리 스스로도 아픈 역사를 소홀히 했던 것을 반성하고 역사교과서에 제대로 기록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원자가 활동하는 더블은 지난 8월부터 평화의 소녀상 곁에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기리는 동상을 세우기 위해 온라인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더블은 600만원 상당을 모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옆에 근로정신대 동상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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