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설기능인등급제, 청년 기능인의 희망

2019-11-06 10:00:00 게재
송인회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

청년이 없는 곳엔 미래도 없다. 건설현장엔 청년이 귀하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취업자 중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35.4%인 데 비해 건설기능인력의 경우 19.2%였다. 청년층의 진입 기피가 지속된 결과인데, 가장 큰 원인은 ‘직업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기능인력의 대부분이 기업 밖에 존재하는 비정규직이라는 특성과 관련이 깊다.

직업전망이란 근로경력 축적에 따른 임금 및 고용 관련 우대 조치 또는 인센티브를 의미한다. 정규직의 경우 기업의 직무사다리를 통해 임금 및 직급 상승이 제시된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경우 기업 차원의 직무사다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건설기능인력에게 직업전망을 제시하려면 초기업 차원에서 직무사다리에 해당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건설기능인등급제다. 10월 31일 동 제도가 포함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1년 6개월 이후엔 기능인등급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통과로 제도 도입 현실화

기능인등급제는 2012년에 국토부가 발주한 연구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건설기술인의 경우 기술등급을 부여하고 그에 따라 임금 또는 고용 관련 처우를 달리하는 데 비해, 건설기능인의 경우 그에 해당하는 제도가 없었다. 따라서 기술등급을 벤치마킹해 초.중.고.특급으로 기능인등급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처우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그 이후 거의 매년 관련 연구가 진행되긴 했으나 도입방안이 구체화되진 못했다. 그러던 것이 2017년에 일자리위원회의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에 기능인등급제가 포함된 것을 계기로, 2018년에 국토부와 건설근로자공제회를 중심으로 기능인등급제 추진 TF를 운영하면서 관련 당사자들 간의 공감대 형성과 직종의 정비 등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졌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가장 시급한 일은 기능인등급 산정에 필요한 통합경력 DB를 구축하고 각 등급의 산정기준인 환산근로일수를 결정하는 것이다. 근로자 직종을 중심으로 근로경력.자격.교육훈련.기능경기대회 수상 등을 근로일수로 환산해 등급을 도출하게 된다. 이때 근로경력이 등급산정 기본요소인데, ‘근로경력이 길다고 반드시 숙련도가 높지 않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기능인력 숙련도는 근로경력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한편 기능인등급의 활용방안에 대한 구체적 규정을 마련해 직업전망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기능인등급제는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민감한 사안이므로 이를 효과적으로 준비하고 운영하려면 몇 가지 핵심적인 요소를 갖춰야 한다. 첫째, 등급을 구성하는 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근로경력의 핵심인 퇴직공제DB를 비롯해 고용보험.자격.교육훈련.수상 등의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관련 DB를 보유한 기관이 운영한다면 보다 안정적일 수 있다. 둘째, 중립성과 공공성이 담보돼야 한다. 기능인등급의 설정은 노사에게 민감한 사안이므로 어느 일방에 치우치지 않도록 준비하고 운영해야 한다. 공공성을 띤 중립지대에 노.사.정이 함께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건설기능인력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건설노동시장을 둘러싼 제도의 변화나 건설경기 변화에 대응해 기능인등급에 대한 미세한 조정이 필요 할 수 있다. 예컨대 퇴직공제제도의 적용범위 확대에 따른 영향을 감안해 등급산정기준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능인등급의 산정기준과 활용방안 마련 중요

기능인등급제는 체계적인 숙련인력 공급기반 구축을 통해 건설산업을 떠받칠 견고한 인프라다. 직종별 등급별로 기능인력의 수요와 공급을 분석할 수 있으므로 그에 따라 맞춤인력 취업지원체계와 숙련도별 교육훈련체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체에게는 각 직종별로 원하는 숙련인력을 공급할 수 있고, 기능인력 특히 청년에게는 전문직업인으로서의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하며, 정부에게는 퇴직공제제도에 비견되는 또 하나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 비정규노동시장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설현장에 청년이 돌아온다면 건설산업의 미래도 밝아진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