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텍대학, 직업교육 새 길을 찾다│⑩ 인천캠퍼스

처음 도입한 '러닝팩토리' 성과 나타나

2019-11-11 11:20:25 게재

융합 과목 시범실시, 전공간 기술융합 작품 제작 … 스마트화 제조업에 맞춤형 변화 시작

#1. 허효정(23)씨는 일반대학에서 전자공학 전공으로 졸업을 앞두고 한국폴리텍대학 인천캠퍼스(인천캠퍼스)에 지원했다. 대학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기시스템제어직종 1년 과정인 '하이테크과정'에 진학해 과정을 수료하고 조기 취업했다. 허씨는 지난주부터 경기도 부천 소재 기업인 진성에 출근해 신입사원 연수에 참여 중이다. 입학하자마자 3개월 만인 지난 6월 전기기능사를 취득하고 교내 졸업작품 전시회에서 '융합프로젝트작품 시상식' 금상(1위)을 수상하기도 했다. 허씨는 "금형디자인과 학생들과 함께 러닝팩토리에서 진행했던 '융합프로젝트' 경험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한 것이 취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2. 홍순석(28)씨는 일반대학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하다 3학년 때 취업진로와 적성에 대한 고민으로 자퇴를 결심했다. 자퇴 후 공무원시험을 2년간 준비하다 친척이 운영하는 목형공장에서 보조업무를 경험할 기회가 생겼다. 이때 직접 무언가 만들고 몸으로 부딪히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고 느꼈다. 홍씨는 2학년 재학 중인 지난달 특수금형 제작회사인 제이티(경기도 안산)에 조기 취업해 근무 중이다. 입학 후 사출금형산업기사를 취득하고 '2019 뿌리기술경진대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도 수상했다. 목형공장에서의 경험과 금형디자인과 수업뿐 아니라 학과 간 협업으로 '융합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이 조기 취업까지 연결됐다.

#3. 이석범(30)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대학 진학에 뜻이 없었다. 졸업 후 아르바이트로 사회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인천공항면세점 물류창고에서 3년간 입출고 담당 업무를 하다 평소 관심 있던 '해외취업'을 목표로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1년간 다녀왔다. 일본으로 기술취업을 목표로 세운 그는 인천캠퍼스 진학을 결심했다. 이씨는 지난 9월부터 엔지니어링서비스업 회사인 CAL(일본 오사카) 재직 중이다. 연수 후 사업본부 IT개발부서에서 개발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이씨는 "해외 취업에 평소 독학으로 일본어 능력시험(JLPT N2)을 취득한 것도 도움이 됐지만, 교내 '융합실습프로젝트'와 전공수업이 있기에 현재 직무로 취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국폴리텍대학 인천캠퍼스 학생들이 3차원 측정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폴리텍대학 제공


한국폴리텍대학의 모체인 국립중앙직업훈련원을 전신으로 시작된 역사와 전통의 인천캠퍼스의 평균 취업률은 79.5%(2018년 대학정보공시 기준)다. 이는 4년제 일반대학(62.8%)이나 전문대학(70.3%)보다 높다.

높은 취업률의 배경은 인첨캠퍼스가 지역 산업구조와 밀접한 2년제학위과정 학과(메카트로닉스 산업디자인 자동차 컴퓨터정보 산업설비자동화 신소재응용 디지털방송 기계시스템 금형디자인 전기에너지시스템 건축설계 정보통신)들이다.

여기에 학위전공심화과정(3·4학년, 전기공학, 메카트로닉스공학, 금형공학, 자동차공학, 정보통신공학), P-TECH, 기능장과정, 하이테크과정(전기시스템제어) 등도 운영한다.

송용식 인천캠퍼스 교무기획처장은 "학과 구성뿐 아니라 실무능력 인증제 등 재학 중에 현장 적합도를 높이는 실습을 꾸준히 한다는 점도 높은 취업률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면서 "이 제도는 한 학기 동안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방학을 이용해 현장에서 적용하는 것으로 의무는 아니지만 학생 대부분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습처는 각 학과별로 관리하는 40개 정도 전담기업"이라면서 "기업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방학마다 실습을 나와 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한 우리 학생들을 우선 채용한다"고 덧붙였다.

◆산업구조 변화 수용 = 이런 인천캠퍼스가 정부 정책변화에 맞춰 지난해부터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도전에 나섰다.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 10곳의 산업단지를 스마트 산단으로 지정한다. 인천캠퍼스의 경우 인근 반월시화공단이 스마트산단으로 지정됨에 따라 스마트공장 특화캠퍼스로 진화하고 있다. 학교는 기존 금형디자인과를 생산정보 수집·분석과 시스템 기반 공정제어 교육이 가능한 스마트금형과로 개편하고 있다. 제조업 전반에 스마트 팩토리가 확산됨에 따라 금형전문업체가 요구하는 ICT융합 설계와 제작 현장 실무능력을 갖춘 융합형 금형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또 스마트공장 도입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신규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기술과정(15세 이상, 학력 무제한)과 재직자 대상으로 직무능력 향상 심화 교육과정도 운영하게 된다. 송 처장은 "기술과 설비 발전 속도가 빨라 일부 업체의 경우 현재 장비와 교육과정으로 소화가 어려운 설비를 갖춰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실습장비를 보강하고 교육과정을 개편해 취업 즉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산업 맞춤형 인재를 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융합프로젝트실습 과목 확대 = 인천캠퍼스는 지난해 말 폴리텍대학 중 가장 먼저 러닝팩토리 '융합실습지원센터'를 개관했다. 11개 작업장, 130여개 장비들로 구성된 융합실습지원센터는 가동 첫해인 올해부터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금형디자인, 산업디자인, 기계시스템 등 3개과 공통 교과와 학과별 프로젝트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인근 소규모사업장 노동자들도 이곳에서 보다 깊이 있는 기술교육을 받았으며 지역 고등학교 학생들의 창업 진로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러닝팩토리는 교육과정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인천캠퍼스는 융합프로젝트실습 과목을 개설했다. 2020년에는 △융합기술기초(12개과, 교양 2학점, 1학년) △융합기술응용(로봇 분야 등 7개과, 전공 3학점, 2학년) 등의 과목도 운영한다. 올해 융합프로젝트실습 수업을 들은 A씨(금형디자인과)와 B씨(전기에너지시스템과)는 학과 간 전공기술을 융합한 작품을 공동 제작했다. 두 사람은 '원격 제어 프레스 금형'을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팬던트 시제품 제작이 가능한 프레스 금형기기를 음성 명령 또는 스마트폰 등에 접속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전공기술을 융합했다.

◆은퇴체육인도 지원한다 = 인천캠퍼스는 올해 은퇴체육인 대상 '스포츠영상분석가' 과정을 도입했다. 폴리텍대학은 지난 3월 대한체육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은퇴 후 취업과 미래 설계에 어려움을 겪는 체육인들에게 직업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직무능력 개발을 도와 일자리를 갖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실제로 대한체육회 조사에 따르면 은퇴선수 10명 중 4명(35.4%)이 은퇴 후 무직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캠퍼스는 은퇴체육인 652명 대상 희망 교육직종, 기간, 지역에 대한 사전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수요자 맞춤형 프로그램 을 개발해 여성재취업과정으로 시범 개설했다. 선수들의 훈련 영상을 촬영, 수집하고 가공·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팀 전술 강화나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는 스포츠 영상분석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지난 10월 첫 교육생을 모집해 2개월 과정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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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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