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대책도 없이 돈만 쓰겠다는 ‘인구대책’

2019-11-13 12:07:12 게재

정부 경제활력대책회의

총선 앞두고 여당 의식

정부가 13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통해 3번째 ‘인구구조 변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대책은 고령인구 급증과 복지지출 증가추세에 대한 정책대응이다.

정부 대책은 대부분 상당한 예산지출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정부는 재원마련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재정확대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날 정부 발표문에는 증세의 ‘증’자도 없었다. 기획재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서민증세는 없다’는 과거발언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몸을 사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불리한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고 △고령인구 증가 대응방안 △복지지출 증대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범부처 ‘인구정책TF’를 구성하고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으로 4대 핵심 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9월 18일에는 첫번째 전략인 ‘생산연령인구 확충방안’을, 지난 6일엔 ‘절대인구 감소 충격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모두 정부의 확대 재정정책을 전제로 한 정책들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정부의 복지지출 증가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반면 세수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8년 38.2%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 39.5%→2020년 40.3%→2021년 41.1%→2022년 41.8%로 점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9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국세 수입의 증가세가 당분간 둔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중장기 재정 여력을 확보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정부 대책에는 ‘증세 문제’가 쏙 빠졌다. 다만 장기재정전망을 조기착수해 정책 대응성을 높이겠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대신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국민의 세부담을 늘리는 증세는 결국 정부여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노무현·박근혜정부는 급증하는 복지 지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증세를 추진했다가 조세 저항에 부딪혔다.

신승근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정부가 증세에 대해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세논의를 시작해야 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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