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wC(글로벌 빅4 회계법인) '토머스 쿡' 회계처리 방식에 비난 일어

2019-11-14 10:52:50 게재

일회성 비용 제외한 회계로, 파산 직전에도 임원들 고액보너스 … 감사맡은 PwC, 회계정책 용인

세계적인 회계법인인 PwC가 파산한 영국 여행사인 '토머스 쿡'의 감사업무를 수행하면서 회사 고위 임원들의 급여와 보너스에 대한 자문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토머스 쿡이 지난 9월 파산하기 직전에 이사회 이사들에게 수백만 파운드의 보너스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질타를 받고 있는 가운데 PwC의 급여·보너스 자문 역할이 추가로 밝혀진 것이다. 토머스 쿡은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회계처리를 기반으로 이사들에게 고액 보너스를 지급했고 PwC는 감사인으로 이를 용인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토머스 쿡은 8년간 총 18억파운드 규모에 해당하는 '이례적인 항목'을 제외해서 회사의 재무결과를 돋보이게 만드는 회계정책을 사용했다. '이례적인 항목'은 일회성 비용(one-off costs)을 말하며 이를 제외하는 것을 '수정 순이익'이라는 개념으로 사용했다. 토머스 쿡은 이 같은 운영이익의 결과를 임원진의 보너스 규모를 산정하는데 이용했다.

PwC는 2008~2016년 사이 토마스 쿡의 감사인으로 이같은 회계정책을 용인했다. 하지만 새로운 감사인인 EY는 2017년 '별도의 공시 항목에 대한 확인 및 승인'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EY는 2800만파운드에 해당하는 '이례적 항목'을 비용으로 해당 연도에 재분류했고 결국 토머스 쿡의 수익을 줄여서 실적 경고가 발생하게 됐다. PwC와 EY의 경영진은 지난달 22일 토머스 쿡 감사에 대한 각자의 업무에 대해 의회의 질의를 받았다.

영국 회계사들은 2016년 이후 부터 자신이 감사하는 기업의 이사에 대한 보수 자문 업무가 금지돼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글로벌 빅4 회계법인의 한 감사 책임자는 "규정이 어떻든 간에, 감사를 진행 중인 고객에게 보수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것은 불편하다"며 "그런 일을 한 적도 없고, 앞으로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회계사들은 PwC의 이중 역할(감사와 동시에 보수 자문)이 "분명한 이해상충"이라고 지적했다. PwC가 '이례적인 항목'의 분류에 대해 감사를 하는 동시에, 해당 '이례적인 항목'으로부터 토머스 쿡 경영진을 보호하는 보수 시스템에 대해 자문을 한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또 다른 대형 회계법인의 이사는 "감사를 진행 중인 고객에게 보수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PwC는 2007~2012년 사이에 토머스 쿡에 '채용 및 보수'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 대가로 400만파운드의 수익을 거뒀다.

PwC는 "2009년 토머스 쿡의 보수위원회에 대한 자문 제공을 멈췄으며 2011년 보수 자문 서비스에 대한 170만파운드의 수임료는 연금혜택시스템 종료에 대한 자문으로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PwC는 "보수위원회에 대한 자문역으로서의 비감사 업무가 감사위원회에 사전 승인을 받아 이뤄졌고 모든 관련 규제기준을 준수해 업무를 수행했다"며 "토머스 쿡의 연차보고서에도 해당 내용을 공시했다"고 말했다.

토머스 쿡의 2009년 연차보고서는 보수위원회가 PwC의 외부감사인, 자문역으로서의 '이중 역할'에 대해 '염두에 두고 있다'고 명시했다. 또한 연차보고서는 "PwC가 토머스 쿡과 마이 트래블 그룹(MyTravel Group plc)의 합병 이전에 이미 마이 트래블 그룹의 보수 자문을 하고 있었고 토머스 쿡의 감사인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에 이중 역할을 맡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토머스 쿡은 보수위원회의 외부 자문역으로 컨설팅업체인 케플러(Kepler Associates)를 임명했다.

2008년 PwC는 토머스 쿡의 채용과 보수에 대한 자문 제공 대가로 130만파운드를 받았는데, 해당 연도의 토머스 쿡 감사보수 보다 30만파운드 적은 금액이다.

토머스 쿡은 2008년 당시 최고경영자인 매니 폰텐 라노 보아에게 200만파운드의 보너스 외에 추가로 500만파운드의 보너스를 지급한 것에 대해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60% 이상의 독립적 주주들이 PwC가 자문을 제공했던 이사 급여에 반대표를 던졌다. 토머스 쿡 전임 이사들의 대변인은 "'이례적인 항목'에 대한 이익으로 얻은 급여 및 보너스는 전체 금액의 14% 정도"라며 "기업의 변화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으로 경영진이 개인적 이득을 챙겼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EY의 한 관계자는 "EY가 '이례적인 항목'의 회계처리에 대한 질의에 대응을 준비 중"이라며 "우리와 PwC는 '이례적인 항목'에 대한 회계처리에 대해 서로 상반되는 결론에 도달했고 의회에서는 왜 그런 지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EY는 토머스 쿡의 2018년 감사에 대해 회계감독당국인 재무보고위원회(FRC)의 조사를 받고 있다. FRC는 조사 범위의 확정과 조사 확대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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