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갈수록 조여지는 트럼프 탄핵 올가미

2019-11-18 11:18:28 게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하원 민주당이 설치해 놓은 탄핵 올가미에 걸려 갈수록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민주당 하원이 공개로 전환한 탄핵 청문회가 13일과 15일 첫째 주 증언을 마치고 19일과 20일 9명의 핵심 증인들이 공개리에 증언할 예정이어서 탄핵정국에 중대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군사원조 대가 바이든 수사 직접 압박 = 윌리엄 빌 테일러 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대리와 국무부에서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정책을 주관하고 있는 조지 켄트 부차관보가 지난 13일 첫 공개 탄핵청문회에서 쏟아낸 증언으로 확인된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수사에만 온통 관심을 쏟고 있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박을 가하는데 직접 개입하고 챙겨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거액을 기부한 공로로 유럽연합 주재 대사에 지명된 것으로 알려진 고든 손드랜드 대사를 우크라이나 현지에 보내 우크라이나 새 대통령에 당선된 젤렌스키 대통령 측을 직접 압박했거나 거래를 시도했음을 이들 현직 고위 외교관들은 털어놓았다.

공개청문회 개막 | 13일(현지시간)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에 출석한 윌리엄 테일러(왼쪽)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가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윌리엄 테일러 대사대리는 정상간 통화 다음 날인 7월 26일 손드랜드 유럽연합 대사가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내역을 공개하며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쏟아냈다. 테일러 대사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6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손드랜드 대사와 전화통화를 하며 바이든 수사가 어떻게 될 것인 지를 물었으며 손드랜드 대사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진전시킬 준비가 됐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바이든 수사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다고 손드랜드 대사가 밝혔다고 테일러 대사대리는 전했다. 테일러 대사대리는 자신의 참모인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의 정무공사인 데이비드 홈스가 손드랜드 대사를 수행하다가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들었다고 보고해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손드랜드 대사 트럼프 지시로 행동 =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러시아 담당 선임국장으로 일하다가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팀 모리슨 전 국장은 지난 10월 31일 하원조사관들에게 비공개 진술한 내용이 증언록으로 공개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을 더 깊은 수렁에 몰아넣을 내용이 들어 있다.

루이지애나에서 유세하는 트럼프 미대통령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 주 보셔시티에셔 열린 유세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보셔시티 AFP=연합뉴스


모리슨 전 NSC 국장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주역 중 한명으로 떠올라 있는 손드랜드 유럽연합 주재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행동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11월 19일 공개 탄핵청문회에 출두해 증언할 예정이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문제의 주인공 손드랜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신임 대통령이 전화 통화했던 지난 7월 25일 하루 다음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직접 방문해 고위 관리들을 만난 후 현지 한 식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진행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손드랜드 대사는 보안규정을 어기고 현지 식당 안에서 현직 미국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 새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모든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고했다.

손드랜드 대사가 자신의 비공개 진술을 수일 후 하원에 정정까지 요청하며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 대가성 거래)가 있었다고 본다고 시인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 이를 모두 뒤집는 진술로 꼽히고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마음을 잘 아는 손드랜드 대사를 우크라이나 현지에 직접 보내 "4억 달러에 가까운 미국의 군사원조가 동결됐는데 젤렌스키 새 대통령이 바이든 아들이 근무했던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인 브리스마에 대한 부정의혹을 수사한다고 발표하면 풀어주겠다"고 대가성 거래를 시도해 성사시켰음을 현지 식당 안에서 전화를 걸어 현직 미국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것이다. 거기에 손드랜드 대사가 과잉 충성한 것이라기 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우크라이나 새정부측과 군사원조를 볼모로 바이든 부자 수사를 압박했거나 대가성 거래를 시도한 것이라는 증언이 된다.


이는 펠로시 하원의장이 공표했던 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4억달러 군사원조를 동결시켜놓고 자신의 대선 라이벌인 바이든 전 부통령을 수사하도록 외국정부에게 압박한 강요죄이자 뇌물죄에 해당하며 뇌물죄는 미 헌법에 규정된 탄핵사유라는 탄핵 올가미에 걸려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스캔들의 주인공 중 한명으로 떠올라 있는 손드랜드 대사는 20일 공개 탄핵청문회에 출두해 공개 증언할 예정이어서 탄핵정국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비난 트윗 증인위협 논란 =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탄핵청문회에서 증언중인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사를 향해 비난 트윗을 쏟아내 증인위협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 하원 민주당 지도부는 "현직 대통령이 공개 탄핵 청문회에 나와 증언하고 있는 증인을 실시간 위협한 것"이라며 심각한 문제로 삼을 것임을 경고했다.

지난 15일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개최된 두 번째 공개 탄핵청문회에 출석한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가 증언하는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그녀를 맹비난하는 트윗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잇단 트윗을 통해 "마리 요바노비치 전 대사가 가는 곳 마다 사태가 악화됐다"고 비난하며 그녀가 근무했던 소말리아, 우크라이나 등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와의 두 번째 통화에서 그녀에 대해 매우 비우호적으로 말했다"면서 "대사를 지명하는 것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탄핵청문회에서 증언도중 대통령이 비난 트윗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미국 대통령의 이 같은 말에 위협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이와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그녀는 곧 무슨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녹취록을 읽고 엄청난 충격을 받고 공포에 질렸다고 밝혔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자신은 녹취록을 읽고서는 "미국대통령이 외국정상에게 자국의 대사에게 그런 말을 했고 당사자가 자신이라는데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증언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33년 경력의 외교관으로 오바마 시절인 2016년부터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로 일해 오다가 올봄 갑자기 본국으로 소환된 후에 경질됐다. 이에 대해 하원 정보위원회 공개 탄핵청문회를 주관하고 있는 민주당의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은 "미국 현직 대통령이 의회에서 증언하고 있는 증인을 실시간으로 협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을 수사했던 공화당 소속 케네스 스타 전 특별검사도 "트럼프 대통령이 법률조언을 받지 않고 의회에서 증언 중인 증인을 공격하는 것은 형편없는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급격한 탄핵 상황변화 없어 =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은 "테일러 대사대리 등 외교관 증언은 모두 제2, 제3의 인물로부터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절대다수 공화당 의원들은 "어떤 강요도, 어떤 뇌물도 없었다"고 일축하고 있다.

트럼프행정부는 4억달러에 가까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가 55일간 지연된 것은 사실이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수사 없이도 이미 지난 9월초 양국 정상들이 만났고 군사원조도 제공됐기 때문에 어떤 범죄혐의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원 민주당이 이를 일축시킬 만한 스모킹 건, 즉 명백한 뇌물 증거를 찾아낼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여서 탄핵소추를 실행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워싱턴 정치권의 여론잡기 총력전에서도 어느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지는 않고 있다. 리얼클리어 폴리틱스가 각 여론조사를 집계해 본 결과 14일 현재 트럼프 탄핵 찬성은 49.8%, 반대는 44%로 5.8%포인트 차로 탄핵찬성이 우세하나 압도하지는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는 10월초 같은 조사에서 찬성 52.2% 대 반대 41.8%로 10.4%포인트 차이가 나던 때에 비해 오히려 반감된 것이어서 탄핵정국에 급격한 변화는 아직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체적인 관측대로 하원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뇌물죄로 하원에서탄핵 소추하는데 성공할 수 있으나 상원의 탄핵재판에서는 무죄평결이 나와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오히려 재선 가능성도 약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