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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첫째 자랑거리는 열린육아방"

2019-11-20 11:27:53 게재

서울시 곳곳에 '공동체 육아공간' 마련

'엄마 선배' 보육반장이 부모·육아 상담

2022년 450곳으로 확대, 동마다 하나씩

"우리동네 제일가는 자랑거리는 열린육아방이에요. 육아방 때문에 이사를 못가고 있어요."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사는 이지현(37)씨. 아이가 꼬물꼬물 혼자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집 근처에 있는 '아이틔움 공동육아방' 단골손님이다. 아들 손을 붙들고 매일같이 열린육아방을 찾은지 벌써 2년 즈음. 18개월이던 아이는 벌써 51개월이 됐다. 이씨는 "4살까지는 어린이집도 보내지 않았다"며 "육아방이 있어 아이를 키울 수 있었다"고 잘라 말했다.

열린육아방은 양육자들이 공동육아를 통해 육아의 어려움을 덜 수 있는 공간이다. 보육반장이 지역 내 육아 지원과 관련된 각종 상담과 도움을 준다. 중랑구 아이틔움 공동육아방은 아이들이 다른 사교육 기관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놀이토리 선생님도 배치한다. 사진 이의종


◆'독박육아' '육아우울증' 없도록 = 대가족 안에서 아이를 키우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대부분 부모가 '육아 초보'다. 엄마 혼자 집안에 갇히다시피 하면서 아이를 키운다 해서 '독박육아' '고립육아'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초보 엄마는 물론 양육을 담당하는 조모까지 '육아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서울시가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시설에 맡기지 않고 가정에서 돌보는 보호자들을 위해 일종의 '공동육아 품앗이 공간'인 열린육아방을 구상한 이유다. 문미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공동체 육아공간을 제공하고 보육반장이 중간자이자 도우미 역할을 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망우본동복합청사 6층에 자리잡은 아이틔움공동육아방은 그 중 대표적인 공간이다. 만 5세 이하 영유아 12명과 보호자까지 24명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규모인데 2시간 단위 예약이 90% 이상 꽉 들어찰 정도로 인기다.

시설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알록달록 뾰족뾰족' '무엇이든 파는 가게' '말랑말랑 딸랑딸랑' '재미있는 동화 속 여행' 등 놀이주제를 정해 두달에 한번씩 공간을 새롭게 꾸민다. 보호자가 역할놀이를 할 수 있도록 비치한 책도 주제에 맞춰 바꾸고 아이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유기정 중랑구 육아종합지원센터 센터장은 "단순한 놀이공간을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업용 놀이시설인 키즈카페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보호자들 눈높이를 염두에 두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육아방을 찾는 엄마들보다 앞서 아이를 키운 '선배 엄마'들을 보육반장으로 선발, 열린육아방 이용을 돕도록 했다. 대부분 시설마다 배치돼 일상적으로는 열린육아방 관리를 담당하고 주 1~2회 특정한 날을 택해 부모교육이나 육아상담 등 보호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 제공도 한다. 아이들용 반찬은 어디서 구입하는지 또래 아이들이 모이는 곳은 어디인지 등 정보를 공유하던 부모들은 '100일반' '1세반' 등 자조모임을 꾸려 그야말로 '육아공동체'를 형성한다.

중랑구는 여기에 더해 동화 미술 등 '놀이토리 선생님'을 추가, 영유아 발달에 적합한 활동방법을 안내하고 다양한 놀이경험을 지원한다. 아이들은 또래나 보호자와 함께 자유롭게 놀다가 선생님이 놀이를 시작할 경우 자연스레 모여든다. 유기정 센터장은 "사교육 없이 열린육아방에서만 양육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었다"며 "무엇보다 활동공간이나 장난감 등 청결과 위생에 주력, 보호자들 평가가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유아기에는 집이 좋다고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하루종일 돌보기 어렵기 때문에 열린육아방을 찾는 엄마들한테는 '되도록 쉬시라'고 한다"며 "열린육아방에서 독박육아로 인한 우울증을 덜고 육아 고민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유아 키우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 = "딸이 충남 아산에 사는데 남편이 출장을 갈 때면 손녀를 우리집에 데려다놔요. 방학에도 그렇고."

이부영(66·중랑구 망우동)씨는 "열린육아방 얘기를 했더니 딸이 손녀를 보내기 전에 전체 일정을 예약해둔다"고 말했다. 이씨의 6살 손녀가 이지현씨 아들과 '절친'이 된 이유다. 서울 중랑구와 충남 아산시에 사는 두 아이에게 아이틔움은 첫 사회생활 공간인 셈이다. 두 보호자는 "키즈카페보다 교육적 효과도 높고 친구들 만날 공간도 있어 좋다"며 "집에서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전국적으로 확대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랑구 열린육아방은 11월 14일 현재 10개. 서울시 전역 57개 가운데 1/6 이상이 중랑에 있는 셈이다. 올해 연말까지는 12개로 늘어나고 2022년까지 동별 한개씩 18개로 확대된다. 중랑구 관계자는 "공간만 제공하면 적극적인 성향을 띤 보호자들 중심으로 끌려가고 소수만의 아지트처럼 변질될 우려가 있어 초기부터 육아종합지원센터 등 공공의 역할을 확실히 했다"고 안착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 동북쪽에 치우친 중랑구는 '아이 키우기 힘든 지역'에서 열린육아방 덕분에 '영유아 키우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이면 서울 전역에 이같은 '동네 자랑거리'가 생길 전망이다. 문미란 실장은 "열린육아방을 45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며 "양육자들이 육아 고충·정보를 나누며 말 그대로 '공동육아'를 통해 어려움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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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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