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평가·심의 피하려 '쪼개기' 개발

2019-11-20 11:21:55 게재

타운하우스·산단 등 난립

경기도 전역 난개발 심각

실태조사·제도개선 시급

경기도 용인 양평 광주 등 곳곳에 '단지형 단독주택(타운하우스)'와 소규모 산업단지, 물류단지가 난립하고 있다. 이들 지역 대부분이 값싼 산과 임야에 환경영향평가나 도시계획심의를 피하려고 '쪼개기' 개발이 이뤄지면서 환경파괴는 물론 홍수·산사태 등 재난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난개발 실태조사와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경기녹색환경지원센터와 경기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19일 용인시 수지구청에서 '경기도 난개발 방지 포럼'을 열고 난개발 실태를 고발하고 대책을 모색했다.

경기도 용인의 한 타운하우스 단지. 이곳은 동일한 설계, 입구 등 하나의 사업을 9개로 나눠 허가를 받았다. 사진 최병성 전 용인난개발특위 위원장 제공


주제발표를 맡은 최병성 전 용인시난개발조사특위 위원장은 "용인과 양평, 인천 강화도 등에는 타운하우스가, 광주시 오포·퇴촌에선 물류단지, 화성·김포·남양주에는 공장과 주택이 산지에 들어서 자연을 훼손하고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최 전 위원장에 따르면 양평군 양평읍의 산지에 들어선 타운하우스는 경사도가 너무 심해 10m 높이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용인의 한 전원주택단지는 옹벽을 3단으로 쌓아 높이가 13m에 달했다. 용인의 또 다른 전원주택은 진입도로 경사도가 28%(15.6도)로, 기준치(12% 6.8도)를 초과해 겨울철 주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타운하우스와 소규모 산업단지 개발이 '쪼개기'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30가구 미만의 개발은 단독주택 용도로 환경영향평가 등 모든 심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주택공급 기준, 시공자 제한기준, 허가권자 감리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용인지역 한 단독형 주택단지는 동일한 설계와 입구 등 하나의 사업을 9개로 쪼개 허가를 받기도 했다.

최병성 전 위원장은 "쪼개기 연접개발로 100가구가 넘는 주택단지가 형성돼도 쓰레기 처리장 등 부대시설이 없고 좁은 도로, 입주 후 하자 대책 부재 등으로 주민 민원이 발생하고, 결국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해결하면서 예산낭비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쪼개기 난개발 대안으로 건축법에 단독주택과 구분되는 '단지형 단독주택' 용도를 신설해 경관심의 대상으로 지정하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추가 부지 또는 연접개발 시 부지합산 기준을 적용할 것 등을 제안했다. 최 전 위원장은 "단지형 단독주택의 쪼개기 개발 등 난개발을 방치하면 수도권에 산림과 경관이 좋은 곳 중 남아날 곳이 없다"며 경기도와 시군이 협력체계를 구축해 실태조사와 경사도 기준 강화 등 조례 제·개정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용인시의 경우 2015년 경사도 20~25도까지 개발이 가능했던 것을 올해 조례를 바꿔 17.5~20도로 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사도를 적용해도 개발이 불가능한 산지는 전체의 2%에 불과한 실정이다.

김동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4~5 년간 정부가 규제 완화 위주로 국토정책을 수립해오다 보니 '쪼개기 개발' 등 난개발이 심각한 상태"라며 "단독주택에 대해 관련법에 조례위임 사항을 둬 지자체가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하고, 성장관리방안을 도입해 계획적 개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용인환경정의 사무국장은 "용인시 난개발 조사특위에서 지적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후속 대책기구를 만드는 등 용인시와 시의회가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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