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학대아동 신상유출, 추가 피해

2019-11-28 11:40:16 게재

대구시민단체, 인권위 비판

인권위 "같은 학생 확인 필요"

국가인권위원회가 학대당한 피해학생 신상을 노출해 2·3차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대구에서 일어났다. 더군다나 피해 학생이 아동전문기관 보호마저 제대로 못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인권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27일 인권위와 대구 우리복지시민연합 등에 따르면 인권위가 대구 A아동보육시설 학생 학대 의혹을 조사하는 가운데 이곳 사회복지사가 학대 당한 학생을 회유 및 협박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A시설 사회복지사 B씨는 지난 19일 인권위 등에 피해를 진술한 학생 C군에 수십 분간 폭언과 협박성 발언을 했다. 또 B씨와 함께 일하는 다른 사회복지사 2명도 C군 회유를 거들었다. 게다가 사회복지사 2명은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22일 C군 학교까지 찾아가 또다시 회유와 협박성 발언 등을 했다. A시설 원장은 이에 대해 "19일 학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학생이 아니고 22일 회유는 아예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9개 대구시민단체는 이 원장이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며 경찰과 인권위 등에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피해 학생 2·3차 인권침해는 인권위 신상 유출에서 비롯됐다.

앞서 A시설 전직 직원과 피해 학생 등은 지난 5월 일부 사회복지사들이 고학년 아동을 시켜 어린 아동을 때리게 하고, 컴컴한 방에 가두는 학대를 일삼았다고 인권위에 진정했다. 진정인과 피해학생 조사를 마친 대구인권위는 지난 8월 A시설에 현장조사를 나간다는 공문을 보내면서 진정인과 피해자 이름을 고스란히 담아 보냈다.

시민단체는 이 공문으로 인해 제보자 색출과 증거조작, 회유 등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며 대구 인권위를 항의 방문하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인권위 관계자 문책 등을 요구했다.

인권위는 이런 지적에 따라 신상 유출 경위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며, 별도 조사관을 대구에 파견해 당시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신상 노출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2·3차 인권침해를 당한 학생이 동일한 인물인지는 진정이 접수되지 않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C학생 보호조치도 허술했다.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피해아동을 보호시설로 인도하거나 가해자를 격리한다. 대구 남구청과 A시설은 지난 9월 회의를 통해 C군을 소수 학생이 이용하는 그룹 홈(소규모 시설)으로 보냈다.

하지만 이 그룹 홈은 A시설 재단이 함께 운영하고,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 관계자는 "신상이 노출된 피해학생을 A시설 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보내는 게 말이 되냐"면서 "허술한 관리 때문에 피해학생이 2·3차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 남구청 관계자는 "같은 재단이지만 사회복지사가 다르고, 전혀 모르는 곳으로 보내면 낯설 수 있어 그룹 홈을 선택했다"면서 "보호 조치가 허술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답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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