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케이뱅크) 내년에 숨통 트인다

2019-12-04 11:42:24 게재

자기자본비율 규제 변경, BIS비율 13~17%로 상승 … 시중은행 수준으로 유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카뱅)와 케이뱅크(케뱅)이 내년부터 은행의 건전성 국제기준인 바젤 규제를 달리 적용받으면서 자기자본비율 문제를 다소 해소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확대에 따른 자본 부족으로 그동안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규제비율에 미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뱅과 케뱅은 올해까지는 바젤Ⅰ을 적용받았지만 내년부터는 바젤Ⅲ가 적용된다. 카뱅과 케뱅의 주요 자산은 개인신용대출이다. 바젤Ⅰ은 개인신용대출의 위험가중치를 100%로 잡는 반면 바젤Ⅲ는 75%로 산정하고 있다. 위험가중치가 줄어들면 자본비율은 상승하는데, 금감원은 카뱅과 케뱅의 경우 3%p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9월말 기준 카뱅의 자기자본비율은 9.97%로 10% 이하로 하락했다. 바젤Ⅲ의 규제비율은 10.5%다. 하지만 카뱅은 지난달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비율이 3~4%p 상승했다. 금감원은 카뱅의 BIS비율이 13% 후반대로 보고 있다. 여기에 바젤Ⅲ가 적용되면 카뱅의 BIS비율은 16~17%까지 상승하게 된다.

케이뱅크는 9월말 기준 BIS비율이 11.85%다. 6월말 10.62%까지 하락했지만 7월 전환주 유상증자를 통해 276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확충하면서 비율이 약간 상승했다. 급한 불을 껐지만 올해말 다시 10%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내년 바젤Ⅲ가 적용되면 BIS비율은 13~14%까지 상승한다.

케뱅은 KT의 대주주 적격성심사가 막히면서 당초 예정됐던 5900억원 유상증자가 어렵게 됐다. 국회가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을 통해 위기에 처한 케뱅을 살려야 한다는 논리도 BIS비율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바젤Ⅲ 적용으로 케뱅은 BIS규제비율을 상회하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대주주인 산업자본(비금융회사)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특혜를 주자며 서둘러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을 추진했던 정부와 여당의 설득력이 약화되는 셈이다.

9월말 기준 시중은행의 BIS비율은 신한(16.46%), 국민(16.42%), KEB하나(16.23%), 우리(15.17%) 등의 순이다. 일반은행의 BIS비율 평균은 16.08%, 특수은행은 14.64%로 나타났다. 국내은행의 BIS비율 평균은 15.40%다.

특히 현재 표준등급법이 적용되고 있는 카뱅과 케뱅이 내부등급법 적용을 신청해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하면 또 한차례 BIS비율이 상승하게 된다.

BIS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 비중으로 산정된다. 위험가중치를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따라 BIS비율이 달라진다. 위험가중치는 금융회사 전체의 표준인 표준등급법과 은행 특성을 반영한 내부등급법 적용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의 승인심사를 거쳐야만 내부등급법을 적용할 수 있고, 위험가중치가 낮아지면 BIS비율은 올라간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로 전환한 이후 BIS비율이 15%대에서 11%대로 하락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10월 내부등급법 변경 신청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BIS비율이 다시 15%대로 상승했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여전히 11.44%로 은행지주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카뱅과 케뱅이 금융당국이 내부등급법 변경을 신청해 승인을 받으면 BIS비율은 3~4%p 가량 더 상승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표준등급법에서 내부등급법으로 변경하는 사안은 은행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케이뱅크는 규제기준 변경으로 BIS비율이 상승하지만 근본적인 개선책(자본확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국내 은행과 은행지주사들의 경우 BIS비율(총자본비율)이 각각 15.40%와 13.62%로 바젤 규제비율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등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실적 악화와 미중·한일 무역갈등, 홍콩사태 등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 장기화에 대비해 안정적 수준의 자본비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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