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돌보는 이웃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2019-12-12 11:09:55 게재

성북구 정릉4동 계간지 '오늘도 안녕'

'찾동' 주역 소개, 복지서비스 접근성↑

"공무원한데 '댁으로 한번 찾아뵙고 싶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떨 것 같으세요? 반기는 주민은 10명 중 한명도 안돼요. 반면에 '누구누구 소개로 왔다'고 하면 다들 반색하죠."

전지연 서울 성북구 정릉4동주민센터 주무관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가 정착됐다고는 하지만 정작 무슨 일을 하는지는 주민들이 잘 모른다"며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편안하게 찾동을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릉4동 복지협의체 위원들이 이번에 발간한 홍보지 활용법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성북구 제공


정릉4동주민센터가 찾동 주역들을 소개하는 계간지를 발간, 눈길을 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해소에 앞장서고 있는 주민들을 담은 홍보지를 통해 공공·민간 지원이 절실한 숨은 이웃들과 거리를 좁힌다는 취지다.

보건복지팀에서 아직 찾동을 모르는 주민들에 어떻게 다가갈까 고민하던 차에 정릉천 풍경을 담은 월간지를 발견했다. 동네에 둥지를 튼 출판사 간행물이었다. 공무원들과 손발을 맞춰 이웃과 소통하며 봉사하고 있는 주민들을 전면에 내세운 홍보지로 방향을 정하고 도움을 청했다. 재능기부로 제작에 도움을 주기로 했고 공무원들에 풍경과 사람을 사진에 담는 방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동네 큰손'인 서울시버스노동조합 대진여객지부에서 복지협의체를 통해 선뜻 100만원을 기부, 종잣돈도 마련했다.

10여개 후보군 가운데 '정릉4동, 오늘도 안녕'을 제호로 택했다. '동네 안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찾동 덕분에 '오늘도 안녕'하다는 뜻이다. 찾동을 실제 이끄는 주인공은 사회복지사나 공무원보다 주민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복지플래너가 만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주역들' 이라고 부제도 붙였다.

팀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창간호를 채울 이들을 선정했다. 사람들을 만날 때면 인사와 함께 마주 잡은 손에 사탕 한 알을 건네는 박억수 복지협의체 위원장, 공무원도 주민도 몰랐던 정릉4동 곳곳을 안내해준 장란수 대진여객 노조위원장, 순수하게 회원들 회비를 모아 지역 학생들을 돕는 홍광희 청수장학회 회장 등이 우선 꼽혔다. 지역에서 20~30년씩 거주한 토박이들로 이문희 자원봉사캠프장, 손정현 홀몸노인 생활지도사 등과 함께 지역 곳곳을 누비며 주민들을 만나고 공무원들과 소통의 매개를 자처하는 이들이다.

'나누면 두배로 행복하다'는 말을 실천하고 있는 나눔가게도 빠질 수 없는 주인공. 1호 나눔가게 '과일천국'부터 저소득 노인 치료비를 깎아주는 치과, 매달 밥상을 나누는 해장국집, 매주 아동·청소년 간식을 챙기는 피자집 등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산 자락길, 북한산국립공원 청수장 등 주민들 눈에 익숙한 동네 풍경을 담았다. 공무원들이 주민들 이야기를 듣고 글과 사진으로 정리했다.

1만1000세대가 사는 동네에 390부. '효과가 있을까' 싶었지만 주민들 호응은 의외로 크다. 당장 나눔가게에 동참하고 싶다는 연락도 왔다. 정릉4동은 "모두가 '아는 얼굴' '아는 풍경'이라 공감대 형성이 쉬워졌다"고 자평한다.

가게가 쉬는 목요일이면 할머니들 손톱단장을 하는 박은주 네일손수 대표는 "재능기부 활동을 여럿이 함께 하는데 혼자만 소개돼 아쉽지만 뿌듯하고 소속감이 생긴다"이라고 말했다. 김완식 통장협의회장은 "주민과 동주민센터·구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며 "책을 들고 찾아가면 찾동 소개가 좀더 수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릉4동 이외에도 성북구 곳곳에서 복지 사각지대 발굴·해소를 위한 다양한 특화사업이 진행 중이다. 성북동 원예교실, 보문동 가족단위 체험활동, 종암동 농촌체험 '가을나들이', 장위1동 가족 공예체험, 장위2동 명화극장 등이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동 복지기능을 강화하고 민·관 협력으로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에 힘쓰고 있다"며 "민·관이 함께 성장하도록 행정 역량을 강화,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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