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악이 된 조직"

2019-12-17 11:28:45 게재

임은정 검사, '투명사회상' 수상소감 화제 … "선악 왜곡, 정의 비트는 검찰 단죄없이 사법정의는 결코 바로 세울 수 없어"

"우리 검찰은 검찰 이외의 거악을 척결해 왔기에, 불행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악이 된 조직입니다. 선별 수사와 자의적 처리로 선악을 왜곡하고 정의를 비트는 검찰의 잘못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사법정의는 결코 바로 세워질 수 없을 것입니다."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검사가 밝힌 '투명사회상' 수상 소감이다.
16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투명사회상 수상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꽃다발 든 맨 오른쪽이 임은정 검사. 사진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임 검사는 16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막무가내 검찰을 고칠 때까지 안에서 버티며 싸워달라는 당부임을 알고 상패를 받아드니 어깨가 무겁습니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또 "강남역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용희 선생님, 국회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인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자 대책위 대표님, 사학비리 내부고발자로 오늘 시상식에서 인사를 나눈 권종현 선생님" 등을 거론하며 "돌아봐주지 않는 세상을 향해, 목숨을 걸고 직을 걸고 죽을 힘을 다해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잘릴 뻔하긴 했지만 결국 잘리지 않았고, 상사들의 눈총도 험악하지만 제 목소리에 귀기울여주는 분들이 너무도 많다"며 "가시밭길을 걷고 계신 분들과 함께 상을 받으며, 제 길은 장미 가시 다소 있는 꽃길임을 다시 한 번 절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임 검사는 "면직의 위험을 무사히 넘겨 월급 따박따박 받고 있는 저를 그런 분들과 함께 수상자로 불러 힘껏 격려해주신 뜻은 검찰개혁이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이라며 "제 능력이 보잘 것 없어 일취월장은 못해도 한결같을 자신은 있으니, 어차피 가야 할 길 기쁘게 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투명사회상'은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로 활동하는 한국투명성기구(대표 이선희)가 매년 반부패 투명사회에 기여한 인물이나 조직, 언론 등에 수여하는 상이다. 한국투명성기구는 1999년 반부패활동을 위해 한국YMCA전국연맹, 흥사단 등 837개 시민사회단체가 만든 비정부 기구다.

한국투명성기구는 임 검사를 수상자로 선정하며 "잘못된 과거사 사건에 대한 무죄구형, 검찰의 고소장 분실을 숨기기 위해 다른 고소장을 위조해 복사한 사건에 대한 고발 등 검찰 내부에 있으면서도 검찰의 과도하거나 잘못된 권력행사를 비판 견제하고,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검찰이 거듭날 수 있도록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어왔다"며 "이를 통해 권력기관의 개혁과 청렴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그러한 문제들을 국민에게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임 검사 외에 올해 투명사회상 수상자로는 사학비리를 공개한 권종현 선생님, 상관의 비리를 신고했던 이 모 소령, 검찰의 횡포와 농협조합장이 세습문제 등 부패를 집중 보도했던 MBC '스트레이트' 등이 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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