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드론전문가 경험·지식 나눈다
송파구 '인물도서관'에 사람책 41명 … 지역자원-주민 연계하는 '송파쌤' 일환
"퀼트라는 서양 바느질을 20년간 했는데 바느질 이야기를 책으로 써봐야지 생각했지요. 우리말로 뭐라고 할까 고민하다 '쪽매'라고 이름 붙였어요. '쪼가리를 잇다'는 뜻이에요."
동화작가 이가을 선생이 최근 서울 송파구 석촌동 돌마리도서관을 찾았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80대 노인까지 열명이 채 안되는 청중 앞에서 선생은 아랑곳 않고 입담을 이어갔다. 바느질 도구와 치마저고리 등 세밀화가 돋보이는 그림동화 '쪽매'를 매개로 한 '행복한 책 읽기' 시간이지만 이야기는 책 내용을 훌쩍 뛰어넘는다. 작가는 삶과 경험 지식을 나누는 '사람책(인물도서)'이다.
송파구가 경험과 지혜가 풍부한 명사 등과 만나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는 '인물도서관'을 꾸렸다. 우수한 지역자원을 주민들과 연결해 배움이 선순환되도록 하는 교육지원 모형 '송파쌤' 사업 일환이다. 민선 7기 박성수 구청장이 약속한 주요 공약사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 말 장지동 글마루도서관에 1호 인물도서관을 개관했다. 이가을 작가를 비롯한 명사 41명이 인물도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주민들은 도서관에 구비된 인증패를 통해 이름과 삶의 표어, 생에 영향을 미친 책 등 인물도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고 석 어린이안전재단 대표)' '성실히 살고 열심히 하자(유희영 한국프로농구리그 심판위원장)' '최선을 다하자(전보삼 만해기념관장)' 등이다.
은퇴한 사회 저명인사와 전·현직 전문가인 사람책은 학계 의료 법조 4차산업 외교 등 분야도 다양하다. 유명인사가 아닌 주민들도 동참할 수 있다. 전문지식이 있거나 경험과 지혜를 나누기 원하는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올해 100명, 내년 200명에 이어 2022년에는 사람책을 30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특히 아동·청소년에 영향력 있는 인물도서를 더 많이 확보, 살아 있는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도록 할 것"이라며 "송파쌤 대표사업인 만큼 검증절차를 강화하고 효율적인 운영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서고를 누비며 읽고 싶은 책을 찾듯 인물도서 목록을 보고 열람신청을 하면 사람책과 만나 대화를 하면서 각종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이가을 작가만 해도 독자들은 충북 충주시 노은면에서 동서울터미널을 거쳐 석촌동까지 3시간 넘게 이동한 경로,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동화책이라는 단어조차 몰랐다는 어린시절까지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사람책이나 주민 모두 인물도서관이라는 새로운 형식에 낯설어하면서도 기대감은 감추지 않았다. 석촌동에 사는 황경식(82)씨는 "여성문화회관 등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는데 공부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겠다"며 "가급적 여러 인물도서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장욱 제이드론교육연구소 무인항공교육원장은 "지난 연말 아이들 10명과 함께 이론·체험강의를 했는데 시간이 짧아 아쉬울 정도였다"며 "군대에 드론 병과가 생기고 영화촬영 등 산업에 이용되는 부분이 많은 만큼 단순 체험보다 진로와 연계해 보다 깊이 있게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송파구는 분기마다 '오픈 북 데이(open book day)'를 열어 인물도서에 대한 공감대를 키우는 동시에 87개 초·중·고등학교에는 희망하는 인물도서를 연계해 멘토링 강의를 지원할 계획이다. 사람책이 명예교사로 활동하면서 청소년 진로탐색에 도움을 주고 학생들은 경쟁·입시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미래사회에 대비한 핵심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는 구상이다.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을 통해 주민들이 사람책과 소통하는 방식도 준비 중이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살아있는 책을 통해 삶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 지역공동체가 살아있는 송파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