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해 원유 70% 수입

2020-01-07 11:00:41 게재

미국·이란 초긴장 "호르무즈 봉쇄는 재앙" … 미국산 원유가 수혜 독차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있다.

특히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급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동 산유국들은 세계 원유수요량의 약 30%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보다 두배이상 많은 약 70%의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해 가져온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19년 1~11월 우리나라가 도입한 국가별 원유비중은 사우디아라비아 28.16%, 쿠웨이트 14.09%, 이라크 10.94%, 아랍에미리트(UAE) 7.82%, 카타르 5.68%, 이란 3.38%, 오만 0.04% 등 중동산이 70.29%를 차지한다. 이중 안부항에서 선적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일부 사우디산과 오만산을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지난해 도입한 대부분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 셈이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이는 세계적인 재앙"이라며 "단순히 국제유가 등락을 넘어서 세계 원유수급 자체를 좌우하는 파급력이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정유업계뿐 아니라 석유화학, 조선·해운, 항공 등 관련 업계들까지 '도미노'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로선 당장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이란산 원유는 지난해 1~4월 3만3230배럴을 도입했으나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 이후인 지난해 5월부터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이후 국내 정유사들이 수입처 다변화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당장 수급이나 손익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이번 사태가 국내 석유·가스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공급에 직접적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동향을 면밀히 살펴가며 영향이 최소화하도록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6일 정유업계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갖고 석유·가스 수급에 위기가 발생하면 기존에 마련해둔 비상대응 체계에 따라 △비축유 방출 △석유수요 절감조치 등을 단계적으로 검토·시행키로 했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비축유는 지난해 11월말 기준 정부 9650만배럴에 민간 비축유·재고를 합해 2억배럴 규모에 이른다.

한편 미국의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조치 이후 그 수혜는 미국이 고스란히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원유도입 비중을 살펴볼 때 미국산은 2017년 1.20%에 불과했으나 2018년 5.46%, 2019년 12.68%로 급증했다.

반면 이란산 원유는 2017년 13.22%에서 2018년 5.21%, 2019년 3.38%로 급락했다. 도입단가도 지난해 1~4월 기준 이란산은 배럴당 평균 60.02달러였으나 미국산은 63.76달러로 3.74달러 더 비쌌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