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계경제 ‘위태로운 회복’

글로벌 무역분쟁 여전히 ‘진행형’

2020-01-07 12:42:01 게재

각국 돈풀기로 ‘부채 의존 성장’

미·이란 긴장고조 … 위기 뇌관 될 수도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2020년 세계 경제는 전년보다 소폭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그 강도는 미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성장률 부진에 대한 기저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4%로 잡았다. 작년 3.0%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위태로운 회복(precarious recovery)’이라 진단했다. 하향조정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7일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 세계경제 최대 복병은 장기간에 걸친 무역분쟁에 따른 미국과 중국의 동반 경기침체다.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혼돈에 빠진 세계경제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미국을 타깃으로 한 공격이 일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일부 외신들은 중동 지역에 전쟁이 터질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뛰고,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0.5%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까지 내놨다.

미국은 15일 백악관에서 중국 측 협상대표들과 1단계 합의 서명을 할 예정이다. 1단계 합의 서명으로 양국의 극한 갈등은 일단 봉합된 듯 보인다.

하지만 지식재산권과 정보기술(IT), 금융 등 핵심 쟁점을 다뤄야 할 후속협상에서 또 다른 고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미국 우선’ 정책을 양보할 리 없고 시진핑도 만만하게 굴복할 리 없다. 실제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미국과 중국이 제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과 중국이 1단계 합의 서명을 한다고 해도 자유무역으로의 복귀가 아닌 견고한 자국 우선주의 확립을 위한 휴전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각국의 부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세계경제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부채에 의한 성장은 결국 버블 붕괴의 위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2008년 GDP의 73%였던 정부부채는 지난해 2분기 말 99%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정부의 부채도 66%에서 96%로 증가했다.

신흥국의 경우 기업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56%에서 작년 2분기에는 101%로 증가했다. 신흥국 가운데 인도와 터키의 부채가 늘었지만, 중국의 기업부채 증가 속도는 여타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중국 기업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에 27%였으나, 2016년에는 161%까지 급증했다. 2019년 2분기에는 155%로 조금 낮아졌지만, 규모로 보면 2008년 4조5640억달러였던 중국의 기업부채가 2019년 2분기에는 21조130억달러로 4.6배나 증가했다. 중국의 기업부채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0.1%에서 28.6%로 늘어나, 2019년 2분기 현재 신흥국 부채의 70.1%를 차지한다.

세계은행(WB)은 지난해 말 ‘세계 부채 물결’ 보고서에서 저금리를 틈타 신흥국에서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부채 급증은 항상 금융위기로 끝났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신흥국 중 4분의 3이 재정적자이며, 외국 통화 표시 기업 부채는 크게 늘었고, 경상수지 적자는 2007년에 비해 4배 증가했다”며 “신흥국들의 부채 규모와 증가 속도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더욱 취약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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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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