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이마니 공습 결정에 폼페이오 입김"

2020-01-07 11:41:16 게재

워싱턴포스트 보도

"몇달 전 첫 논의땐 트럼프 지지 안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 결정을 내린 데는 대이란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주 매일 여러차례 이란 대응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협의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재촉 속에 솔레이마니 제거를 승인함으로써 절정에 달했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19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이란 인권'을 주제로 연설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해 6월 이란이 미국 무인기를 격추한 이후 군사적 보복 조치를 추진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이를 철회했을 때 언짢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새로 꾸려진 국가안보팀, 이란의 공격에 주저하는 모습처럼 보이는 것을 걱정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움이 폼페이오 장관이 주장해온 행동, 즉 솔레이마니 공습을 압박할 기회를 만들었다.

WP는 "이번 공습 허가는 폼페이오 장관을 위한 관료주의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하원의원 시절이던 2012년 리비아 벵가지에서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 등이 무장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숨지는 일이 발생하자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거침없이 비난했다.

차차기 대권주자로도 거론되는 그로선 행여라도 미국인 외교관이 숨지는 일이 발생한다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이란의 공격 위협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폼페이오 장관은 하원의원, 중앙정보국(CIA) 국장, 국무장관을 수행하면서 10여년 간 이란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대표적 매파로 분류된다.

한 고위 당국자는 폼페이오 장관이 몇 개월 전에 솔레이마니 제거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 논의했지만, 당시에는 트럼프 대통령도, 국방부도 그런 작전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동아시아에 군의 화력을 재배치하고 싶어하는 국방부 관료들은 대이란 경제제재 등 압박이 이란과 긴장을 고조시켜 중동에 점점 더 많은 군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고 경고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27일 이라크에서 미국 민간인 1명이 로켓포 피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틀 후인 29일 에스퍼 국방장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가 솔레이마니 제거가 포함된 이란 대응책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공습을 결정하자 이 브리핑에 참석한 일부 당국자들은 깜짝 놀랐지만, 폼페이오 장관과 에스퍼 장관이 브리핑 전에 해당 작전에 보조를 맞춘 것이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WP는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임박하고 직접적 위협'을 이번 공습 결정의 이유로 꼽았지만 행정부 안팎에서 이 설명에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의원들은 지난 3일 정보 당국자들의 브리핑에서 이란의 위협이 최근 들어 실질적으로 변했음을 시사하는 어떤 것도 듣지 못했고, 일부 국방부 관리도 폼페이오 장관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말한다고 WP는 전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