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불안에 부채, 과잉, 대선까지 … 에너지시장 예측 불가능

2020-01-07 11:50:06 게재

오일프라이스, 올해 줄 잇는 유가 변수 10가지 제시

새해가 밝았다. 또 다른 10년이 시작됐다. 국제에너지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예측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오펙 플러스)는 원유생산 감축을 확대할까. 미국 셰일석유 업계는 줄도산을 이어갈까. 올해는 전기자동차의 해가 될까.

2019년 9월 이라크 바스라 북부지역에 위치한 나르빈 우마르 유전의 연소관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온라인 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는 5일 국제 에너지시장과 관련해 올해 지켜봐야 할 10가지 흐름을 정리했다.

1. 지정학적 리스크

국제유가를 지배하는 가장 확실한 요인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올해도 원유시장을 계속 지배할 전망이다. 이라크 바그다드 미 대사관에서의 갈등으로 결국 미국은 이란의 최고위층 군부 인사를 살해하기에 이르렀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아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아직 원유 수급에 즉각적인 리스크는 없지만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향후 불확실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밖에도 리비아 내전, 베네수엘라 경제제재와 불안 증폭 등이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련해 올해 예상되는 잠재적 발화점이다.

2. 셰일업계 부채

빚이라는 연료로 촉발된 셰일 광구 탐사붐은 최후의 심판일을 맞고 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북미주에서 대략 200곳의 셰일석유, 가스 기업이 파산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셰일업계가 수년 전 당겨 쓴 빚의 만기가 올해부터 차곡차곡 돌아온다. 대략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는 410억달러에 달한다. 올해 더 많은 기업이 파산 신청을 낼 것이라는 의미다. 기업들이 채권자에게 갚을 돈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생산할수록 빚이 늘어나게 되면서 셰일업들은 아예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3. 전기자동차의 해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전기자동차의 본격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수십종의 새로운 전기자동차 모델이 시장에 나오기 때문. 유럽에서 출시된 전기차 모델은 지난해 말 100종류에서 올해 말 175종류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전기차 판매 속도가 둔화됐다. 하지만 전 세계 모든 자동차 판매가 위축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전기차도 기존의 성장속도를 유지하는 데 고전할 전망이다. 하지만 전체 자동차의 판매대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전기차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4. 기후변화

2020년 시작부터 호주에서 발생한 걷잡을 수 없는 산불은 기후변화의 무서움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지난해는 역사상 가장 따뜻한 기간 중 하나였고 2010년대는 역사상 가장 더운 시기였다. 기온이 오르고 재해가 겹치면서 석유와 가스 산업계를 상대로 기후변화 대처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상장기업들의 주된 우려 사항으로 등장했다. 석유회사 경영진들은 겉으로는 기후변화가 별 것 아닌 것처럼 치부하지만 이들 기업 역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위험이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유럽투자은행(EIB)이 석유와 가스, 석탄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했고, 골드만삭스는 석탄과 북극 원유에 대한 투자와 대출을 줄였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금융업계의 태도 변화는 불가피해졌다.

5. 국제해사기구

국제해사기구(IMO)의 황 규정 강화가 올해부터 시작됐다. 모든 선박 연료유의 황산화물 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춰야 한다. 하루 400만배럴 연료유 시장이 타격을 받는다. 정제업체와 선박회사들은 이를 따르기 위해 여러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세정집진장치(scrubbers)를 설치하고 저유황 연료 사용률을 높이고 있다. 한때 많은 걸림돌이 등장할 것으로 예견됐지만, 새로운 선박 연료유에 침천물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IMO의 새로운 규정이 현재까지 별 탈 없이 시행되고 있다.

6. 공급과잉

각종 에너지 시장에서 과잉공급 문제가 심각하다. 석탄은 물론 가스(액화천연가스), 원유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많은 요소들이 개입되지만 오펙 플러스 국가들은 원유에 대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의 천연가스 과잉은 좀체 해소되기 힘들 전망이다. 원유와 연계된 가스 생산은 셰일업계의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액화천연가스 국제시장도 과잉공급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으로 향하는 가스 가격(JKM)은 올해 현재 수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스 현물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밑지고 팔 수 없는 업체들이 수송 취소를 선언할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7. 신재생에너지 성장

신재생에너지는 지난해 미국에서 새로 증산된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에너지저장능력이 올해엔 2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의 일부 주들은 100% 신재생에너지를 쓰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대략 10곳의 미국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탄소탈피 전략을 선언했다. 신재생에너지 주가는 지난해 석유, 가스 주가 실적을 능가했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격, 점차 우호적인 정책적 환경 등이 어우러지면서 태양광, 풍력 에너지의 미래는 한층 밝은 상황이다.

8. 무역전쟁 완화

올해 글로벌 경제는 경기침체를 피할 수도 있다. 최근 몇달간 일부 경제지표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인하는 경제 역풍이 다소 완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지난해 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의 굴곡마다 국제유가는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미중 간 해빙 무드는 지난해 말 국제유가 상승의 추진력이기도 했다. 분위기가 보다 나아지거나 반대로 악화될 경우 올해도 원자재 시장은 거세게 들썩일 전망이다.

9. 셰일 가스, 석유 생산

미국 셰일업체는 재정난에 시달릴 뿐 아니라 영업상으로도 도전과제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엔 셰일광구 밀도를 둘러싼 희망이 꺾였다. 간선(모) 광구에 연계된 지선(자) 광구가 간섭현상을 일으키며 계획과 다른 생산량을 보이고 있다.

셰일광구에서 일반적 생명주기를 넘어서 가스를 생산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전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셰일광구 미래 생산량이 업체가 제시한 것보다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을 계속 보도하고 있다.

10. 미국 대통령 선거

에너지와 관련해 모든 선거는 언제나 중요하다. 올해 말 미국 대선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기후변화 위기에도 불구하고 석유와 가스 산업에 대한 굳건한 지지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반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승리한다면 셰일공법 금지 정책을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화석연료에 대한 새로운 규제, 이에 대한 추가 세금 부과 등도 나올 수 있다.

대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지원책이 예상된다. 많은 요인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관련기사]
[2020 세계경제 ‘위태로운 회복’] 글로벌 무역분쟁 여전히 ‘진행형’
[세계경제, 위태로운 회복 | ①과대평가된 증시] 주가 올라가지만 경기둔화 징후 보이는 미국

["2020 세계경제 ‘위태로운 회복’" 연재기사]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