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 형사처벌해야"

2020-01-13 12:08:05 게재

미지급률 80% 육박 … 운전면허 제한·출국금지해야

양육비 미지급자 명예훼손 국민참여재판 14일 열려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간주하고 형사처벌조치를 시행하라."

양육비해결총연합회와 한국아동단체협의회 등 22개 단체들이 11일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받고 있는 100만 아동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아동의 피해 문제에 국가가 나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운전면허 제재를 하거나 형사처벌하는 내용의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가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주장했다.

◆양육비 피해아동 100만 넘어 = 양육비는 아이들 생존권의 핵심이므로, '양육비 확보는 국가의 의무'라는 것이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등의 주장이다. 헌법 제34조는 국가는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7조는 국가는 아동양육비 회수를 확보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등에 따르면 OECD 선진국은 모두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간주하고 미지급자에 대해 운전면허를 정지하거나 출국을 금지하고 형사처벌 하는 등 매우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권리협약 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양육비에 대한 접근 및 양육비 이행을 촉진·보장하고, 불이행에 따른 제재가 아동 최선의 이익을 위태롭게 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양육비를 개인 간 채무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이 있는 경우에도 양육비 채무자들은 재산은닉, 위장전입, 잠적 등으로 지급을 회피할 수 있고 양육비지급을 강제할 실효성 있는 법과 제도가 전무한 수준이다. 그 결과 양육비 미지급률은 80%에 이르고, 피해아동의 숫자는 100만을 넘어섰다.

◆법원 명예훼손 판결 내릴까 = 이혼 후 자녀 양육비를 고의로 지급하지 않은 부모 신상을 공개하고 있는 '배드파더스' 사이트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14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주지 않고 있는 부모의 이름과 나이, 학력과 직업 등을 공개하고 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배드파더스 사이트 존재 이유는 남녀 대결 구도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배드파더스 사이트의 효과에 대해 의심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배드파더스에 등재된 400명 부모들 중 현재까지 113건이 양육비를 지급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양육비 미지급 피해아동들에게 배드파더스는 현실적인 해결책임과 동시에 마지막으로 의지할 수 있는 장치"라고 말한다.

배드파더스는 지금까지 10여 차례가 넘게 고소를 당했다. 대부분 검찰에서 불기소처분이나 약식기소로 마무리 됐다. 그런데 배드파더스가 처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됐다. 배드파더스 봉사활동가 구본창씨는 5명의 미지급자들에 의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해 14일 수원지방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앞두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 제재 법률안 통과 '뭉그적' = 국회에는 양육비 미지급 관련 수 개 법안이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통과된 법률안이 없다. 발의된 법률안들은 양육비 미지급채무자에 대해 여권발급 등을 거부·제한하고 운전면허 취소 등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양육비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을 아동에 대한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법률안이 9건이나 발의돼 있지만 이대로 가면 폐기될 전망"이라고 비판했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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