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숨긴 명당' 천장산 열렸다

2020-01-20 12:39:08 게재

동대문구 1.76㎞ 숲길 개통

'하늘이 숨겨놓은 곳'이라는 천장산이 일반에 공개됐다. 서울 동대문구가 청량리동 국립산림과학원과 회기동 경희대 등에만 개방돼왔던 숲길을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 지난 17일 개통식을 열었다.

천장산은 동대문구 회기동과 청량리동, 성북구 석관동에 걸쳐있는 해발 140m에 불과한 야트막한 산이다. 서울지명사전에 따르면 불교사찰 입지유형 가운데 가장 빼어난 명당 터로 '하늘이 숨겨놓은 곳'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비롯됐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주민들과 손잡고 천장산 숲길을 걷고 있다. 사진 동대문구 제공

명당으로 손꼽히는 만큼 조선 왕가도 일대에 묘지를 여럿 조성했다. 조선 20대 왕 경종과 계비 선의왕후의 무덤 의릉, 26대 왕 고종의 계비 순헌귀비의 묘 영휘원과 고종의 손자인 이 진(영친왕의 아들)의 묘 숭인원을 합친 홍릉이다. 명성황후 역시 고종이 승하한 뒤 경기도 남양주 홍릉으로 합장되기 전까지 이곳에 잠들어 있었다.

경희대학교와 국립산림과학원 시험림 등으로 가로막힌 숲길을 열어달라는 주민들 요구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동대문구는 녹지와 쉼터를 확대하기 위해 2013년부터 산림과학원 등과 30여차례 이상 협의하며 주민들 요구를 전달해왔다.

2017년 말에야 숲길 노선이 확정됐고 지난해 4월부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 연말 준공에 이어 숲길이 임시 개통됐고 지난 17일 유덕열 구청장 등 동대문구 공무원과 인근 주민들이 개통을 자축하는 행사를 열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산림과학원 내 수목은 오랜기간 공개되지 않은 산림의 보고"라며 "과학원측에서 귀한 나무들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그간 공개를 망설여왔는데 오랜 협의 끝에 숲길을 개통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숲길은 청량리동 과학원 뒤편에서 시작한다. 군부대와 경희대 평화의 전당 뒤편을 지나 이문동 이문어린이도서관까지 연결된다. 기존 임도와 숲길을 최대한 활용, 자연을 보전하면서 산책로를 정비했다. 야간 조명과 무인 감시카메라도 설치했다.

주민들은 오래 염원했던 숲길이 열린 걸 반기면서도 수목원에 가로막혀 '무장애길'을 조성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박춘식 청량리동 통장협의회 회장만 해도 '하늘이 숨겨놓은 곳'이라는 이름 그대로 공기가 맑고 경관이 아름다워 공사기간부터 즐겨 찾았다. 그는 "산림과학원에서 숲 훼손을 이유로 수목원을 주말에만 개방, 둘러가느라 계단이 많다"며 "시민의식이 충분히 성숙됐으니 평일에도 개방한다면 노년층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구는 천장산 숲길이 배봉산 둘레길, 중랑천 뚝방길에 이은 동대문구 대표 쉼터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림과학원과 지속 협의, 쉼터 등 주민 편의공간을 확대하고 다양한 숲길체험 과정도 마련할 계획이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녹지 공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동대문구에 또 하나의 녹지 공간이 조성돼 기쁘다"며 "오랜 시간에 걸쳐 개방을 협의해온 만큼 주민들이 휴식공간으로 즐겨찾고 스스로 산림을 지키는 보안관 역할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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