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특례상장 급증… 바이오기업 77%

2020-01-20 10:47:14 게재

87개 상장사 중 67곳 바이오 … "기술평가기관 신뢰 높여야"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상장제도를 도입한지 15년이 됐다. 그동안 이 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은 총 87개사로 2018년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중 67곳이 바이오 기업으로 전체 기업에서 77%의 비중을 차지한다. 기술특례상장제도는 다양한 기술기업들의 성장을 이끌어 혁신기업 규모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일각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기업을 상장시켜 코스닥 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기업 쏠림 현상이 여전해 임상개발 진행경과에 따라 주가변동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22개사 상장 … 역대 최다 =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지난 2005년 3월 처음 도입된 이후 처음 10년 동안에 상장한 기업은 27개사에 그쳤다. 하지만 2016년엔 10개사, 2017년 7개사에 이어 2018년 21개사, 지난해엔 22개사가 상장하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이후 평가기관 TCB 활용 등 기술평가제도 개선과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및 혁신기업 상장 활성화 정책 등에 힘입어 특례상장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18년부터는 비바이오 기업도 기술특례제도를 활용해 상장하는 기업이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업종별로 보면 87개사 중 바이오 기업이 67개사로 77.0%를 차지하는 등 바이오 쏠림은 여전한 모습이다. 비바이오기업 기술특례상장기업은 2014년 특례상장 대상 업종이 전 업종으로 확대된 아스트(항공기부품제조기업)를 시작으로 IT솔루션, 로봇 등 다양한 업종분야로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20개사로 늘었다.

특례상장을 통한 공모금액은 지금까지 총 2조1000억여원으로 이중 바이오기업이 약 1조8000억여원에 달했다. 지난해 22개 특례상장사의 공모금액은 총 6138억원으로 코스닥 전체 공모 금액 약 2조6000억원 중 24.0%를 차지했다. 개별기업의 평균 공모규모는 연구개발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바이오기업이 약 2배 수준 높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의 경우 271억원으로 나타났고 비바이오기업은 146억원이었다.

특례상장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각 사별 공모 당시 기준 약 13조3000억원에서 작년 말 기준 약 19조8000억원으로 48.9% 늘었다. 작년 말 기준 시총이 높은 상위 5개사는 헬릭스미스, 제넥신, 신라젠,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등 모두 신약개발 기업이었다.

신약개발기업은 제품개발 성공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임상단계가 높거나 기술이전 실적이 있는 경우 시가총액이 높게 형성됐다. 다만, 신약개발기업은 임상개발 진행경과에 따른 제품화 성공 불확실성에 따라 주가변동성이 높게 나타났다. 신약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와 시가총액을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다.

기술특례상장사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상장기업을 제외한 65개사의 경우 2018년에는 11개사(16.9%)만 전체 기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는데 2019년에는 13개사(20.0%)가 3분기까지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는 등 소폭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술특례상장 바이오기업의 기술이전 실적은 26건(15개사)에 달하며 금액은 약 7조2000억원 규모다. 이 중 1000억원 이상 실적도 11건(6개사)에 달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술특례기업의 매출액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기술이전·신약허가 등 괄목할 만한 영업성과도 가시화되는 기술기업 사례도 다수 출현하고 있다"며 "특례상장 제도가 다양한 기술기업들의 자금 조달 및 성장을 이끌어 혁신기업 스케일업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다양한 기술기업의 상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술평가의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증권사들의 기술기업 발굴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적없는 기업 상장으로 시장 침체 우려 = 하지만 기술특례상장제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일각에서는 기술특례상장제도의 활성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증되지 않은 기업을 상장시켜 코스닥 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연구원은 최근 "기술특례상장 등으로 실적이 없는 업체 비중이 커지면서 코스닥의 장기침체가 우려된다"는 분석보고서를 내놨다. 최 연구원은 "기술특례상장기업으로 인해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졌다"며 "적자 기업도 상장이 가능하게 재무 요건이 완화된 만큼 투자자 보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의 상장을 도와야 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투자자 보호가 우선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술신용평가기관(TCB)들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그동안 TCB가 기술평가기관의 역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은 여러번 제기된 바 있다. 평가기관과 평가위원을 선정하는 과정도 불투명하고 평가기관이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지도 의문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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