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대이은 형제간 경영권분쟁 끝날까

2020-01-21 11:50:22 게재

고 신격호 명예회장도 동생들과 갈등

화해분위기 동주·동빈 … 다툼불씨 꺼져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로 대를 이은 롯데가 경영권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롯데그룹 신동주-신동빈 형제보다 앞서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도 동생들과 크고 작은 경영권 갈등을 겪었다. 21일 유통·증권가에 따르면 롯데그룹 창업주 신 명예회장 타개를 계기로 범롯데가 형제들 사이에 화해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고 신 명예회장과 '의절'한 것으로 알려진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둘째동생)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20일 조문을 했기 때문이다.

신춘호 회장이 이날 오전까지 직접 조문을 오지 않았지만 아들을 보냄으로써 적어도 형제간의 정을 완전 끊지 않겠다는 표현으로 읽힌다.

형의 죽음 앞에서 화해의 손을 잡았지 않았겠냐는 해석이다.

또 고인과 소송으로 갈등을 빚었던 막내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도 이날 조문을 했다. 상주인 동주-동빈 형제도 부친상으로 화해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살아 생전 볼쌍 사나웠던 싸움을 씻어내려 하지 않겠냐는 얘기다.

더욱이 롯데그룹 경영권의 핵심인 롯데지주를 놓고 형제간 경영권 분쟁 재발 가능성도 낮은 실정이다. 당장 롯데지주 지분구조부터 경영권 다툼확률을 낮추고 있다. 2019년 3월 기준 롯데지주 보통주 지분율은 고 신 명예회장 3.1%, 신동빈 회장 11.7%,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2.2%, 신동주 부회장 0.2%다. 신 명예회장 지분을 어느 한쪽에 상속하더라도 롯데그룹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추도기간 등을 고려할 때 호텔롯데의 IPO(기업공개) 등 지배구조 개편관련 후속 일정들은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지만 경영권분쟁 재발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그룹의 한국내 지배구조는 이미 신동빈 회장 중심으로 재편이 완료된 상태다.

일본 주주들 표심이 변수지만 대세엔 지장이 없다는 분석이다.

정 연구원은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총에서 주요 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며 사내이사에 재선임된 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사선임 재도전은 불발로 끝났다"면서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부회장직과 자회사 임원직에서 해임된 것이 부당하다며 일본에서 제기한 소송에서도 패소했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의 실익이 없는 셈이다. 다툼의 불씨마저 꺼져가고 있다.

한편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춘호 회장은 고 신 명예회장과 라면사업을 두고 갈등을 벌인 끝에 농심을 세웠다. 1962년 일본 롯데 이사를 지내는 등 신 명예회장을 가까이서 돕던 신춘호 회장이 1965년 한국으로 돌아와 설립한 롯데공업이 농심의 전신이다. 당시 신 명예회장이 "회사를 말아먹을 것"이라며 격하게 반대했지만 신춘호 회장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후 형제는 갈라져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다. 신 명예회장이 주최하는 가족행사나 신춘호 회장 고희연에도 서로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한때 고 신 회장의 신임을 받았지만 부동산 때문에 사이가 틀어진 경우다. 신 명예회장이 신준호 회장 명의로 돌려놓았던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부지에 대해 신준호 회장이 소유권을 주장한 것이 발단이됐다. 법정까지 간 형제의 싸움은 신 명예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반기를 든 신준호 회장은 그룹 내 모든 직위에서 해임됐고 2007년 롯데그룹에서 분할된 롯데우유 회장으로 독립했다. 롯데그룹이 브랜드 사용을 금지하자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꿨다.

[관련기사]
"고 신격호 명예회장, 어려운 환경에서 세계적인 기업 일궈"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고병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