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계경제 '위태로운 회복' | ③ 저성장 지속

무역전쟁 유럽으로 확대, 불확실성 '여전'

2020-01-23 10:31:23 게재

트럼프, EU 자동차 '관세폭탄' 위협

각국 경제성장률 미약한 반등 예상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협상 서명을 한 지 일주일이 되는 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 자동차 관세폭탄 협박을 했다. 글로벌 경제는 또다시 무역전쟁 불확실성에 빠져들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발병한 우한 폐렴도 경제전망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IMF, 6분기 연속 성장률 하향조정 =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전의 3.4%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6분기 연속 하향조정 중이다. 올해 세계 교역물량 증가율 전망치도 지난해 10월 3.2% 에서 2.9%로 내려 잡았다. IMF는 '글로벌 성장세가 잠정적인 안정 신호를 나타내지만 회복세는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평가했다. 세부적으로 선진경제 전망치는 미국과 유로존을 중심으로 0.1%p 하향 조정했다. 인도 성장률 전망을 1.2%p (7.0%→5.8%) 낮춰 신흥경제 전망치는 0.2%p 하향 조정하고 중국 경제는 6.0% 성장률을 예상했다. 다만 당분간 무역갈등 추이를 주목할 것을 권고했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경제 실적치는 전문가 전망치를 밑돌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6.1%의 성장률을 보이며 2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은 0.6%의 성장률로 지난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 미국 또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2%에 그치고 올해는 2% 성장률로 하락, 트럼프 정부의 대형 감세와 연준의 금리인하 효과가 약화되는 2021년에는 성장률이1.7%로 더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를 간신히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1%로 소폭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홍준표 현대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대내외 경제여건은 보호무역주의 및 부채 리스크 등이 상존하는 환경에서 소폭이나마 반등하는 경기흐름은 기저효과에 기인한 측면에 불과하다"며 "민간소비 소폭 둔화, 건설 투자 증가율 마이너스 폭 축소, 설비투자 및 수출 소폭 증가 등의 국내 경기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중 합의에 따른 시장왜곡 우려 =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이 진행됐지만 세계 경제전문가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미중 합의에 따른 시장 왜곡도 지적했다. 최근 EU(유럽연합) 상공회의소 우트케 회장은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로 브라질, 호주, 카타르, 인도, 유럽 등이 손해를 볼 것이며 이는 시장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또 EU는 미중이 자유무역이 아닌 관리무역을 한다면서 무역합의 내용 검토 후 WTO 제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도 피력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향후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공산품 수입을 늘릴 경우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 증권가 전문가들 또한 미중 무역합의에 따른 중국의 수입국가 비중 조절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시장왜곡을 우려했다. 최광혁 이베스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미국 제품에 대해 2년 간 2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구매를 약속했다는 부분의 해석이 불분명하다"며 "수요가 특별히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제품구매를 늘리려면 총량의 증가가 아닌 수입 국가 비중 조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원자재에서는 브라질 등 남미가, 에너지에서는 러시아와 사우디 등의 비중이 감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 구매 목표가 1150억달러에 달하고 석유화학 제품이 포함된 에너지 부문도 524억달러에 달한다. 최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지는 미지수"라며 "미국과 대체될 수 없는 한국 제품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민간소비 성장률 부진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한국의 4분기 GDP 성장률이 금융시장의 평균적인 예상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집계된 것은 수출 부진에도 정부소비, 설비투자가 성장 개선에 기여했다"며 "민간소비는 여전히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공 연구원은 "정부부문의 기여가 컸던 만큼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에 비해 제한적 반등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민간소비 여전히 부진할 듯 = 공 연구원은 "예상을 웃돈 4분기 성장률과 경기에 민감한 설비투자와 같은 지표개선을 감안하면 현재 한국 경제는 순환 사이클 상의 저점 다지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더구나 미국과 중국 간의 1차 무역합의를 통해 글로벌 교역에 대한 불안이 완화된 만큼 수출, 투자 등 기업부문이 주도하는경기 반등이 가능하다"고 긍정적 전망을 했다. 하지만 이번 4분기 GDP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민간소비가 전체적인 성장률을 하회할 정도로 회복 강도가 미흡하고, 건강보험급여비 등 정부소비가 이를 커버하고 있다는 것은 부담이다. 이에 공 연구원은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와 같은 일부 산업에 편중된 회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 역시 올해 성장이 지난해보다 개선되더라도 여전히 제한적인 반등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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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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