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도 여성은 가꿔야 한다? … 남녀 모두 외모평가에 민감

2020-02-03 10:59:53 게재

여정연, 젠더와 건강불평등 연구

"잘못된 혐오와 편견 근절해야"

미용·성형광고에 노출 되는 비율이 남성보다 여성이 20.7%p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광고를 접한 뒤 미용성형에 대한 욕구가 늘었고(39.2%), 외모에 대한 불만족으로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경우도 20.2%(남성은 14.2%)나 됐다.

3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여정연)의 '한국사회의 젠더와 건강 불평등 연구Ⅲ: 외모강박과 미용성형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외모 기준에 미치지 못할까봐 종종 불안하다'고 답한 여성이 37.2%나 됐다. 남성은 28.6%다. '내 외모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까봐 걱정된다'에 대한 응답률을 남녀간 별 차이가 없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외모에 대한 강박이 높다는 얘기다. 이번 설문은 지난해 8월 15~64세 258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나이듦에 따른 외모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여성이 컸다.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두렵다'에 대한 질문에 여성은 52.2%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남성은 36.8%다. 여성 노인 87.9%가 '나이가 들어도 여성은 가꿔야 한다'고 답했다.

여정연은 보고서를 통해 "여성은 일과 삶의 터전에서 몸에 대한 평가와 차별을 동시에 경험, 몸 관리를 사회로부터 강하게 요구받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성별화된 몸에 대한 인식과 외모강박, 자본화된 몸으로서 미용성형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져 의료사고나 의료분쟁이 늘어나는 등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 따르면 남녀 관계 없이 미형·성형광고를 자주 접하는 경우(매우 자주+약간 자주)가 42.1%나 됐다. 성별로 보면 여성은 52.7%가 평소 미용·성형광고를 자주 접한다고 답했다. 이는 남성 32.0%보다 20.7%p 높은 수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청년층(47.2%)이 중장년층(38.0%)보다 미용·성형광고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았다. 미용·성형광고를 접한 뒤 39.2%가 '성형을 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여정연은 "미국을 중심으로 'Body Positive' 운동(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이 시작되는 등 다양성 존중을 위한 여러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외모 강박에 사로잡혀있다"며 "잘못된 혐오와 편견 근절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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