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특허이야기 (18)

펭하 IdH 등 '새말' 담은 상표

2020-02-12 00:00:01 게재
박원주 특허청장

펭하, IdH, 읶메뜨 요즘 재미있어 보이는 상표들이 눈에 띈다. 펭하는 '펭수 하이', IdH는 '배'(외국인들이 '갈아 만든 배' 음료를 지칭하던 명칭), 읶메뜨는 '위메프'를 의미한다.

이는 오늘날 유행하는 신조어를 응용해 출원 또는 등록된 상표들이다. 이처럼 새말을 응용한 상표는 시대 흐름을 반영하고 해학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흥미로운 상표가 될 수 있다.

신조어는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하고, 신조어의 등장에 따라 상표 트렌드 역시 변화한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소위 삐삐라고 불리는 무선호출기의 영향으로 숫자로 의미를 전달하게 되면서 '1004라면'(천사 라면), '0909'(공부공부)와 같은 재미있는 상표들이 출원됐다. 또한 2000년대에는 인터넷 용어를 응용한 '엄친아치킨'과 같은 상표들이 나타났다.

신조어를 응용한 상표들. 출처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

오늘날에는 한글 형태의 유사성을 이용한 신조어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즉 기존 단어와 비슷한 외관으로 자모를 바꾸어 표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등장한 대표적인 예로 '괄도네넴띤'(팔도비빔면)이다. 괄도네넴띤은 신조어를 응용한 독특한 상표가 특징이다.

한정판 제품이지만 출시 한 달 만에 500만개가 판매돼 결국 팔도의 정식 제품이 됐다. 이는 언어유희를 활용한 상표 마케팅이 기업이익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조어를 반영한 상표는 그 시대 사람들에게는 친숙함과 재미를 주고, 이후 세대에게는 과거를 비추는 창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사업의 시작점이 상표인 것을 고려하면, 강력한 전파성을 내포한 상표는 사업 경영의 단단한 뼈대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신조어를 활용한 상표의 가치는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신조어를 반영한 모든 상표가 등록돼 좋은 상표로 남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라면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부여받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권리자가 명확한 경우, 제3자가 먼저 출원하여도 공익적 측면에서 상표등록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신조어를 활용하여 상표를 만들 때, 출원인은 식별력 유무 및 공익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1004라면'에서 '괄도네넴띤'까지, 신조어를 반영한 상표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상표는 등록되면 존속기간 갱신 제도를 통하여 영구적인 독점권 보호가 이루어지는 반면, 신조어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신조어를 응용한 상표 출원에 대해 빈틈없는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허청은 신조어 상표들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진정한 권리자가 상표권을 획득하여 등록상표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표 정책을 펼쳐나가려 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정보통신 환경 속에서 신조어 및 상표 트렌드는 더욱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그러한 변화 속에서 기존 및 신규 상표를 올바르게 관리하고, 사람들에게 상표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 특허청의 역할이다.

많은 사람들이 신조어 상표를 적절한 시기에 출원하여 정당한 권리를 획득하고, 그 과정에서 새롭고 독창적인 또 다른 신조어 상표가 나타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