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미중 군비경쟁 격화 … 중 겨냥 프리즘미사일 추진

2020-02-14 11:07:53 게재

주한미군 F-35 스텔스 60대 도입, 한국공군 40대 등 100대 전개 … 동아시아 군사력 균형에 큰 영향

한반도 상공에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 100대가 떠다닌다. 또 미 육군의 발목을 잡았던 미사일 사거리 족쇄가 풀리면서 한반도를 넘어 중국의 상당부분 사정권에 들어오게 된다. 여기에 그동안 언급을 꺼려왔던 전술핵까지 한반도 재배치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를 두고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고, 군사적 자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마냥 좋아만 할 수 있을까.

당장 이런 관측이 현실화되면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동아시아 군사력 균형이 크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상적으로만 생각하기 쉬운 미중 전략경쟁이 한반도 위에서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2019년 5월에 발간된 미 CSBA 보고서에 삽입된 도표 수정.


이를 입증하듯 사드(THAAD)배치 당시 중국이 보여준 반응은 격렬했다. 1조원 정도인 사드배치로 겪게 된 경제보복 여파는 연 18조원에 이른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 안보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부형욱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군의 최근 움직임 가운데 특히 눈여겨봐야 할 세 가지를 지적했다.

◆주목할 만한 미군의 3가지 움직임 = 첫째 올해부터 주한 미군에 F-35가 배치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국내 언론들은 2020년부터 주한미군 보유 F-16이 F-35로 교체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주한미군측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지만 장비교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모두 교체하면 60대다. 여기에 내년이면 한국 공군은 자체적으로 F-35 40대를 갖게 된다. 주한미군 F-35 60대를 더하면 100대다.

F-35는 보이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이며 상당한 폭장량을 자랑한다. 그 자체가 센서 역할도 한다. 몰래 다니며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다. 군사적으로 든든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 불만에 휩싸인 북한은 판을 깨려고 할 수 있고, 중국 반응도 싸늘할 수밖에 없다.

다음은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 에이테킴스)을 사정거리가 더 긴 미사일로 교체한다는 보도다. 새로운 미사일 명칭은 프리즘(PrSM)이다. 내년에 양산 계약을 맺고 2023년까지 배치할 전망이다. 그동안 주한미군이 가지고 있던 ATACMS는 최대 사거리가 300km였다. 한반도에 국한된 무기다. 프리즘 미사일 사정거리는 최소 750km 정도로 예상된다. 주한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반지름 750km의 원을 그려보면 프리즘 미사일의 전략적 의미가 저절로 드러난다. 이 미사일은 움직이는 표적도 타격할 수 있다. 즉 지대함 기능도 있으며 미사일 이동발사차량(TEL)도 타격 가능하다는 얘기다. 칭다오, 다롄 등 중국 해군의 주요 기지, 산둥 반도 어느 곳의 중거리미사일(IRBM) 기지를 모두 사정권 하에 둘 수 있다는 의미다.

2017년 12월 진행된 한미 연합 훈련에서 공군 F-16 2대, F-15K 2대, 미군 B-1B 1대, F-35A 2대, F-35B 2대가 편대를 이루어 비행하고 있다. 사진 공군본부 제공


세 번째는 전술핵 문제다. 지난해 8월 미 국방대 군사학술지에 한반도 전술핵 배치를 주장하는 논문이 실렸다. 한반도 전술핵 배치는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증진시키며,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어 북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였다. 미 국방대의 소령급 실무자들의 글에 불과했지만 사안의 민감성이 워낙 크게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전술핵 배치에 부정적이다.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의 핵전력을 봐도 한반도 전술핵 배치는 과잉대응이라는 게 중론이다. 구 소련이 수백 개의 핵무기를 만든 이후인 1953년에야 미국은 유럽에 전술핵을 배치했다. 그 때는 ICBM도 없었고 SLBM도 없었다. 동맹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급히 가져다 놓은 거다. 지금은 굳이 전술핵을 가져다 놓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멀리서 또는 은밀히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을 크게 자극하면서까지 전술핵을 배치해서 얻을 실익이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신 우회방식을 고민 중에 있다. 미국 영토인 괌에 전술핵을 가져다 놓고 유사시에 한국에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이다. 국내 보수진영에서 거론하는 방식이다. 괌은 군용기로 4시간 이내의 거리다. 유사시 신속하게 한국으로 가져와서 억제장치로 사용하면 된다. 국내 정치적 반대도 우회할 수 있다.

부형욱 연구위원에게 워싱턴 싱크탱크에 있는 전직 고위관료는 "미국 내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열망하는 한국 보수진영에 동정적인 여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귀뜸했다고 한다.

◆중국 반발도 계산에 넣어야 = 미군의 움직임은 외견상 모두 한국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북핵에 대응하는 차원의 조치이기도 하지만 중국도 견제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 때문이다. 부형욱 연구위원은 "미국의 본심이 어디로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 헤아릴 길은 없지만 모호한 태도를 견지하려는 한국을 자신들 쪽으로 확 잡아당겨 버리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견제의도가 있음을 미국 역시 부인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8년 국방전략서에서 대테러전의 시대는 갔고 이제는 중국 등 강대국 경쟁자들을 상대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선포했다.

그동안 미군은 중국이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력을 증강시켜 아태지역에 주둔한 미군을 위협하는 것을 지켜봤다. 인내하며 명분을 축적했다. 그런데 이제부터 미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핵심에 지상발사미사일이 있다. F-35는 노후 전투기 교체를 명분으로 내세우면 된다. 전술핵 역시 아태지역에 전진 배치해도 평소에는 괌에 있으면 된다. 중국 입장에서는 압박감이 크겠지만 딱히 대응하기 곤란한 거리감이 있다.

문제는 미사일이다. 중국이 문제 삼기에 딱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INF(중거리핵전력폐기조약) 파기 이후 판도라 상자가 열린 셈이다. 지상발사미사일은 가장 자극적인 무기다. 33년 전 미국과 소련이 INF로 이것을 없애기로 합의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미국이 INF를 파기하고 지상발사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의도를 공표한다는 것은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미중 전략경쟁이 군비경쟁으로 이행되는 과정에 미 육군이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미 육군은 해공군에 비해 전력증강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예산확보 전쟁에서 써먹을 강한 논리가 생겨났다. 값 싸고, 생존성 높고, 반응속도 빠른 육군용 미사일로 상대를 제압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육군 미사일은 해군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전개도 가능하다.

미 해군 항공모함이 중국의 둥펑-21, 둥펑-26의 위협 하에 있는데 이들을 동맹국에 배치한 미사일로 견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항모에서 발진하는 고가의 스텔스 전투기로 중국의 대함 미사일을 제거하는 것은 비용대비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대신 육군이 내세운 군도방어(Archipelagic Defense)라는 전략개념은 가성비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아태지역 조그만 도서국가 지도자들에게 공을 들이는 것도 군도방어를 염두에 둔 행보로 읽혀진다.

미 육군의 이 같은 움직임은 동아시아 지역 군사력 균형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 INF탈퇴 판도라 열린다 = 미 육군은 INF(중거리핵전력폐기조약) 때문에 지난 33년간 사거리 500Km 이상의 미사일을 갖지 못했다. 이제 INF 조약은 파기됐고 지상발사미사일의 사거리 제한은 없어졌다. 미 육군은 원거리정밀화력(LRPF) 확보 프로그램이란 간판 아래 다양한 미사일을 양산하면서 족쇄를 풀고 있다. 750km 사거리의 프리즘 미사일 외에도 다양한 미사일 개발에 이미 착수했다. 해군 토마호크 미사일의 육군용 버전과 퍼싱-3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사거리 2000km를 구현하며, 사거리 4000km에 이르는 새로운 중거리 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를 입증하듯 민간연구기관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는 미 육군이 최소한 세 종류의 미사일 타격권을 상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바 있다. 이들 미사일 타격권은 각각 반지름 750km, 2000km, 4000km의 원으로 구현된다. 삼중의 원을 동맹국들에 적절히 배치한다. 일례로 한반도가 반지름 750km 원의 중심이고, 오키나와가 반지름 2000km 원의 중심이며, 괌은 반지름 4000km 원의 중심이다. 이들 세 종류의 원은 중첩적이며 밖으로 확장된다. 북한 핵에 대응하면서 중국에 막대한 출혈을 강요하는 플랜이 완성된다.

이처럼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큰 판 위에서 북핵 위협이라는 작은 판이 돌아가는 형국이라는 것이 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이 군사굴기를 뽐냈고 북한은 폭주했다. 잠자코 지켜보던 미군이 대응 조치에 나설 순서다. 큰 파장이 예상되며 후폭풍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우리다.

사드(THAAD) 배치의 후폭풍이 일례다. 그런데 지금 미중 전략경쟁은 사드를 훨씬 능가하는 큰 파도를 몰고 오고 있다. 연합사령관이 사드 배치를 처음 언급한 것이 2014년 6월이었다. 그 이후 사드가 실제 배치될 때까지 2년의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2년을 흘려보냈다. 부 연구위원은 "미국이 사드 배치를 원한다고 했을 때 우리가 사드를 구매해서 배치하겠다고 했더라면 어땠을까"라고 묻는다. 만약 미국이 팔지 않겠다고 하면 사드의 러시아 버전인 S-400을 도입하겠노라고 다른 카드를 내밀 수도 있었다는 것이 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의 동맹인 터키는 사드와 S-400을 저울질하다 막판에 S-400을 샀다. 미국이 분노했고 관계가 나빠졌지만 동맹이 파탄 날 지경은 아니다. 터키에 배치된 전술핵도 여전히 건재하다.

미중이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만큼 우리의 대비 역시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부 연구위원은 "북핵에는 같이 대응하지만 중국 견제에 우리를 연루시키는 데는 선을 그어야 한다"면서 "미국에 어깃장을 낼 정도 배짱이면 중국에도 휘둘리지 않는다. 아무도 우리를 흔들지 못하게 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부형욱 박사는
현재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석사를 거쳐 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미 버지니아텍(Virginia Tech)에서 공공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아세안문제연구소 전문위원과 전 청와대 안보실 선임행정관, 국방대 및 세종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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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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